최근 낮은 의료수가에 불만을 품고 두 차례나 자살 소동을 벌인 의사에 대한 보도가 있었다. 다행히 자살 시도에 그쳤으나
경영난에 허덕이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의사들의 수가 급증하고 있어, 의사들의 자살은 이미 이야기 거리도 아니다.
병의원 부도율은 중소기업체 부도율의 서 너 배가 넘어 해마다 수 천 개의 병의원이 폐업을 하고 있다. 올해 들어 개원의원보다 폐업의원의 수가 더 늘어가고 있는 형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를 보면 보통 38세에 개원해 44세에 폐업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고 하는데, 이는 개원을 포기하고
다시 봉직의로 돌아가는 의사들의 수가 늘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봉직의 희망자가 늘면서 급여는 떨어지고 취업 경쟁률은
높아져가고 있어 대진이나 응급실 당직을 하며 연명하는 의사들도 나날이 늘어가고 있다.
대진·응급실 당직으로 연명하는 의사 늘어
특히 출산율이 급감하면서 소아청소년과와 산부인과는 비참한 수준이다. 피부과나 성형외과 같은 비급여 항목이 많은 의원들은 좀 나을 것 같지만, 강남구에만 80여개의 성형외과가 매물로 나와 있는 형편이다.
국민 경제가 어려워 병의원을 찾지 않아 보험재정이 2조원이나 남았는데, 필수 의료가 아닌 성형수술에 돈을 쓰려고 하지 않는 것은 뻔한 이치이다.
왜 이런 사태가 벌어졌는지를 이해하려면, 우리나라 건강보험 제도 정착 과정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지난 1989년
전국민의료보험을 시행하면서 정부는 의료접근성을 높여 우리나라도 전국민에게 건강보험 혜택을 제공하는 국가 대열에 올라서기를 바랐다.
이를 위해 낮은 보험료를 거두었고 의료기관에게는 낮은 의료수가를 책정했으며,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를 만들어 모든 의료기관이 국민건강보험가입자 즉, 일반 국민에게 진료하는 것을 강제한 것이다.
의료시장에는 공급자인 병의원 및 의사, 소비자인 국민과 함께 보험자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이라는 세 축이 존재한다. 문제는 의료접근성과 저수가 정책을 유지하려면 어느 한쪽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에 있다.
저수가 정책 유지하기 위해 요양기관에 손해 전가
정부는 의료시장에 극소의 재원만 지원할 뿐이어서, 국민의 건강보험료 인상에 대한 저항을 피하기 위해 적게 거둬서 적게
나눠주는 정책을 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때문에 정부가 책정하는 의사들의 행위별수가(수술이나 처치 등)는 원가의 70%에도 미치지
않고 있다.
그나마도 청구한 보험급여를 말도 안 되는 논리를 펴서 삭감하거나, 아예 원외처방약제비 환수를 통해 병의원의 목을 옭죄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의대생들은 전공과목을 정할 때 개원이 힘들다는 이유로 흉부외과·외과·산부인과 등을 기피하고 있다. 전공의를 구하지 못한 대학병원에서는 간호사를 조수로 써서 수술을 해야 하는 형편이다.
이미 수많은 정책연구소와 연구기관들이 병의원들의 존폐 여부를 우려하며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 대안이란 결국 의료수가를 현실화하고 병의원 경영을 개선시키는 방법을 찾으라는 것이다.
의료수가를 현실화시킬 경우 국민총의료비는 더 늘어날 것이다.
수가 현실화·병의원 경영 개선 나서야
그러나 우리나라 국민의료비는 OECD국가 중 꼴찌로, OECD국가 평균의료비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한다.
그럼에도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은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가 전세계에서 가장 편리한 의료제도라고 하고 있다.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있을 수 없다. 의료소비자나 정부 입장에서야 그렇겠지만, 그 뒤에는 병의원과 의사들의 자살과 부도와 출혈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정부는 보건과 복지를 구분해야 한다. 보건정책은 어느 정도 시장 원리에 맡겨야하며, 따라서 의료소비자로 하여금, 의료를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즉, 선택의료와 필수의료를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의료시장을 개방하고, 의료를 산업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그것이 의료시장을 살리고, 10만 의사들과 더 많은 의료계 종사자들을 살리는 길이다.
의사도 엄연히 이 나라 국민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 국민이 지금,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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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닥터 급여는 일반 직장인들의 넘사벽 수준이라고 하던데
이런 기사가 나오는 것은 이면에 뭔가 있는 거 같기도 하고
의사들도 페이닥터 하는 건 정말 싫은가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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