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6살이 되어버린 군인입니다.
예전에 재수카페 이런곳서 활동 할때 20대 중반 넘어서 수능 공부 한다고 카페 기웃거리던 사람들 보면서 한없는 경멸감과 우월감에 빠져있었는데 제가 이제는 그길을 가려 합니다..
사실 고등학교때부터 한의대에 가고 싶었습니다. 어렸을때부터 동양학 불교 사주 뭐 이런거에 엄청 관심이 많았는데, 고등학교때 읽은 도올선생의 글중에서 한의대의 입학은 영달이 목적이 아닌 동양사상 공부의 한 과정이다는 말을 읽은 뒤로 한의학이란 학문에 푹 빠졌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이 그렇듯 02 수능때 턱도 없는 점수에 당시 가고 싶었던 한의대는 쓰지도 못하고 점수에 맞춰 또 집안의 기대에 맞춰 동국대 경찰행정에 들어갔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가 마지막 교차지원 가능했던 시점인데 아쉽네요.. 워낙 허준의 광풍이 쎘던 지라 어쩔수 없었습니다. 당시 동국대 보건소에서 일하던 한의사 아줌마가 어찌나 부럽던지요..
한의대 입학만이 꼭 이유는 아니었지만 어찌하다가 학교를 자퇴하게 되었고 재수를 했으나 한의대 갈 점수를 맞지못해 우석대 약대랑 지방대 사대 붙었는데 03때 또 약대가 6년제냐 4년제냐 뭐 이런면서 인기가 시들 하던 판이라 사대를 선택해서 다니게 됐습니다.. 당시는 사대진학이 제가 공부하고 싶은 사상과 학문으로 다가가는 길이라 생각을 했었습니다.
저에게 사대의 선택은 예비 교사로서의 길이 아닌 단순히 앎에 대한 목마름, 내 몸에 존재하는 모르는 무언가의 힘에 대한 고찰이라고 당돌하게 생각하고 덤볐기에.. 당연히 교육학과 병행되는 그래서 겉핥기식으로만 되풀이되는 수업에 염증을 느꼈습니다..
또다시 자퇴를 하고 한의대를 가기위해 그뒤 수능을 세번이나 봐버렸네요.. 이과 공부 어렵대요. 2년을 넘게 해도 1등급 맞기 너무 힘들더라구요..당연히 실패를 거듭했구요
사범대 자퇴후 3년이란 시간동안 정말 열심히 공부 했으면 붙을수도 있었는데.. 한참 스타에 빠져서..
2004년에는 커리지 준비한다고 수원까지 올라가서 13시간 게임하면서 4~5시간만 수능 공부 하기도 했네요..
24살때 다시 자퇴했던 사범대에 티오가 나서 복학도 하고 일년 다니다 군대에 입대했습니다.
그냥 이렇게 된거 계속된 수능 실패 발판삼아 과외 선생이나 하면서 살자곤 다짐했죠.. 학교 다니면서 파트타임으로 밤에 하는 과외와 학원 강의가 참 재미있더라구요.. 대학생인데도 한달에 150 ~200 버니까 좀 뭐랄까 만족감이랄까 그런것도 있구요. 그래도 명색이 수능 5년 공부했다고 애들 고민도 상담해 주고.. 이게 업이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군대에 들어온지 일년 정도 지나 시간이 좀 나니까 다시금 한의대 생각이 다가 오더라구요.. 에효 그놈의 중독성 한의대가 뭔지..
왠지 지금 시작 안하면 평생 뭘 하다더라도 아쉬울거 같은 생각..
다행히 보직이 좋아 공부를 시작하면 지금은 오후 6시 이후 맘대로 공부 할수 있고 5월말 부터는 하룻내내 책 옆에 두고 공부를 할수 있게 되었습니다.
군대 와서도 또 한의대 간다고 공부 한다는거 부모님께 어케 말할까 고민하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마지막 한번 해보고 싶네요.
여자 친구는 딱 09수능 한번만 본다면 허락한다네요..
근데 공부를 한다고 결심 하면서도 비겁하게 문과로 공부할 생각부터 하고 있습니다. 3년간 워낙 데어서 이과 공부가 겁나네요.. 특히 물리2의 토나옴이란..
정말 남들이 보기에 미쳤다고 달라졌다고 할 정도로 공부 한번 해보고 싶습니다..
수능에 꽂힌 사실을 모르는 친구가 묻더라구요.. 너는 지금까지 누구 앞에서 당당히 정말 열시미 공부 한적 있었냐고..
친구는 취업 스트레스로 저한테 넋두리로 그리 말했겠지만.. 저에게는 비수처럼 들렸습니다.
지금까지 죽을만큼 열심히 하지 않아 안된거라면.. 아직은 나에게도 희망은 있다..
처음에 여기 글을 남길때는 제가 공부를 하면 과연 어케 해야 하고 과연 입학은 가능할까를 물어보려고 했는데.. 글을 쓰다보니 지난 5년 6년간의 일들을 주절 거리고 말았네요.
그냥 싸이에 혼자만 보려고 다이어리에 쓸걸 그랬네요.. 주저리 주저리..
여기 있는 분들 모두 느끼겠지만.. 한의대 정말 메리트 철철 넘치는거 같습니다..
인술이 아닌 학문으로써 끌리는 한의학에 대한 제 사랑이 틀린걸수도 있겠지만.. 제 꿈을 위해 2008년 한번 던져보고 싶습니다.
좋은 소리 나쁜 소리 많이 좀 남겨 주셨으면 좋겠어요.
저 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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