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obile hanidae.com
|
|
작성일 : 01-05-10 01:11
|
[투고] 레지던트 선배님의 한방전문의 생활에 대해서
|
|
글쓴이 :
또모하니 (211.♡.96.175)
 조회 : 7,810  추천 : 6  비추천 : 0
|
한방전문의 생활에 대해서
-- 91학번 김동은 선배님
한동안 유행했던 농담 중, 코끼리를 냉장고 속에 집어 넣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수학도는 코끼리를 미분해서 냉장고에 넣은 후 적분을 하겠다고 대답했고, 건축학도는 코끼리가 들어갈 만큼 큰 냉장고를 설계하겠다고 대답했다. 같은 질문을 의학도에게 던진다면... 정답은 \"인턴에게 시킨다\" 이다. 다소 과장된 내용이긴 하지만, 좋은 의미든 그 반대의 의미든 가장 힘들고 고된 인턴시절과 그를 거쳐야만 하는 병원수련의 과정에 대한 멋진 풍자인 셈이다.
대학 새내기들에게 졸업 후 자신의 모습을 그려 볼 수 있도록 그림 한 장 넣어 달라는 후배의 연락은 내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한방병원의 시스템이 만들어 진 후 참으로 많은 이들이 이곳을 거쳐갔다. 그 중에는 병원 수련의 과정을 학교교육의 연장선으로만 생각하고 쉽지 않은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채 중간에 포기하는 이들도 있었고,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병원여건이나 교육체계에 실망하는 이들도 있었다. 물론 체계적 교육과정을 통하여 숙련된 임상의를 배출하고자 하는 수련병원의 목표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양방병원에 비해 형식과 내용 모든 면에서 부족한 우리의 환경은 앞으로 더 많은 개선과 발전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어쨌든 일차진료를 담당하는 기존의 한의원과 구별되는, 한방병원으로서의 가치는 앞으로 더욱 배가될 것이다. 이는 지극히 일부 병증에 집중되거나 경증 정도에 국한된 현재의 한방진료가 더욱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되고 진정한 \'의학\' 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또한 모든 학문이 점차 세분화되고 전문화되어 가는 지금의 추세를 고려할 때 시대적 요청이라고도 할 수 있다.
여기서 잠깐 구체적인 수련의 과정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자.
한없이 쏟아지는 잠으로 서서도 잠을 자고, 눈을 뜬 상태에서도 잠을 잤던 시절,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오더들에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해도 늘 야단맞기 일쑤인 시절, 그러나 의사이기 이전에 같은 인간으로, 환자의 고통과 병을 더 많이 보고 이해할 수 있는 시기가 인턴이다. \'왜\' 라는 고민 이전에 더 먼저 강요받던 \'숙련\' 은 훗날 그들이 주치의로서 환자진료의 주체적인 역할을 담당하기 위한 준비과정인 것이다.
인턴을 거쳐 병동 주치의나 외래 진료의가 되면 학문적 지식에 대한 실제적 임상 뿐 아니라 환자치료의 중심에 서서 환자의 성격이나 그를 둘러싼 가족, 경제적 상황까지 고려하고 관리해야 하는 위치에 서게 되는 것이다.
앞서도 언급한 것처럼 수련병원은 학교교육이 연장된 \'단지 배우는 곳\' 이 아니라 국가에서 인정한 면허증을 소지한 의사들의 책임있는 진료행위가 이루어지는 사회인 것이다. 학부의 졸업장을 받아드는 순간부터 전적으로 배움만이 허용된 공간은 없다. 그런 의사에게 진정한 가르침을 줄 수 있는 유일한 스승이 있다면 그는 다름 아닌 환자다. 성실히 임하고 궁구하는 이에게는 더 많은 가르침을 주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결코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는 냉정한 스승이 환자인 것이다. 병원은 그러한 환자와의 만남이 좀더 긴밀하고 섬세하게 이루어지는 곳이다.
병원생활 4년째인 지금의 나는, 인턴시절에 썼던 \'인턴 노역기\' 에 이어 병동 주치의를 맡았던 레지던트 1년차 때부터 \'레지던트의 변\' 이라는 글을 쓰고 있다. 노역기에 실려있는 내용은 지금의 글은 사뭇 다르다. 환자들이나 그들의 병을 보는 시각도, 학문으로서의 우리 의학과 실제 임상에 대한 생각들, 우리 사회에서의 한의학의 자리매김에 대한 견해에 대해서도 많은 변화가 있었고, 그 변화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수련의 과정의 4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며, 그 선택은 개인에게 많은 책임을 요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얻고자 궁구하는 이에게는 분명 가치있는 선택일 수 있다고 그리 말해주고 싶다.
|
|
|
|
Total 58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