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한의학에 대한 공격적인 글은 주로
과학적 입증에 관한 것이다. 특히나, 서양의학에서 사용하는 방식,
이중맹검과 같은 방식인데, 이것을 한의학에서 적용하기는 상당히
까다롭다고 본다.
한의학과 서양의학은 먼저 그 인프라의 차이가 엄청나다.
서양의학은 다국적 제약회사 및 수많은 세계의 의/약학대학,
또는 생물학과 등에서 많은 비용과 인력을 투자하여 연구가
이루어지는 것에 비해, 한의학의 경우는 한국에 11개 대학교와
하나의 전문대학원이 존재할 따름이다.
당연히 방대한 분량의 전통의학에 대한 검증을 할 여력이 되지
못한다.
물론 기/혈 등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 명칭을 무엇이라고 부르든, 인체라는 블랙박스에
어떤 인풋을 주어서 어떤 아웃풋이 나오는 것에 대해서 그 결과를
말할 수는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 결과에 대해서 말하는 것에는
서양의학식의 다소 엄격한 근거를 제시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사실, 약간의 느슨한 통계는 얼마든지 공격을 당할 소지가 많다.
최근에 담배에 관한 기사를 읽는 중에 아래와 비슷한 내용이
나왔던 것이 기억난다. 만약에, '담배는 폐암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라는
결과를 냈다고 하자.
폐암 환자들 중 담배를 피는 사람들의 %를 조사했을 것이다.
근데, 생각해보면,
1) 담배를 피는 사람들은 대체로 비흡연자에 비해 많은 술을
마신다.
2) 담배를 피는 사람들은 대체로 스트레스가 많은 환경에서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
3) 담배를 피는 사람들 중에도 유전적 요인도 있다.
4) 조사대상자들의 식습관은 또 어떠한가? 담배를 피는 사람들은
비흡연자에 비해 불규칙하며 인스턴트를 많이 섭취하지 않을까?
등의 조사가 과연 이루어졌고, 통계에 반영이 되었을까라고
하면 또 할 말이 없어질 것이다. 사실 저런 것을 반영할 방법도
없을 것이다. 하루 이틀의 무언가를 조사하는 것도 아니고,
수십년치 그가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생활했는지를 모르는데
무슨 수로 조사를 할 것인가?
(사실 위의 예시는 약간은 빗나간 감은 있지만, 본인이 흡연자이기 때문에
연구 결과가 어떤 식으로 공격을 받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들었다)
차라리 위와 같은 조사결과 보다는, 어떤 환자가 앓고 있던 질환을
한의원에서 약을 먹고 단기간 후에 나은 것에 대해 '나았다'라고
말하는 것이 더 신뢰성이 높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식의 '나았다'라는 통계는 서양의학에서는 인정을 해주지 않는다.
그 이중맹검(플라시보 효과를 막기 위해서 약을 복용하는 대상환자는 물론
약을 투여한 후 환자의 상태를 관찰하는 임상실험 실시자인 의사도 모르게 하는 것)
과 같은 방식을 통해서 효과를 입증하지 않으면 인정이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좋긴 하지만, 사람의 체형이나 체질에 따라서 다른 처방을
하는 한의학의 경우에는 더더욱 실험이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이다.
대형 제약사가 있는 것도 아니고, 대형 한방병원보다는 소규모의 한의원의
형태가 다수인 한의계로는 사실상 많은 한계가 존재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미 입증이 쉽지 않아 보이는 상황에서 받는 공격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을 하며, 인정이 되지 못하는 통계라도 사실상 매우 유효해 보이는
것들을 스스로가 정리하고 적용해 나가는 것이 개개 한의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 아닐까 생각을 해본다.
공식적 인정을 받지 못하더라도 한의사에게든 환자든 병이 낫는다면 그 뒤에서
'공식적으로 당신은 낫지 않았소'라고 말할 수는 없는 문제가 아니겠는가? ^_^
조회 : 9,550 
추천 : 0 
비추천 :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