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제중원이라는 드라마의 방영에 대하여 한의계의 우려가 커짐을 보고 듣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한의계의 분들이 대응하시는 방향을 보면서 과연 그러한 방향이 적절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특히, 기독교 선교사들과 관련한 부분에서 무엇을 말해야하고, 무엇을 염두에 두어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이 있어서 본글 댓글 중 "바다너머"님의 댓글에 대한 답과 겸하여 부족한 생각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1.

먼저, "제중원"이라는 드라마가 방영됨에 있어서, 이 드라마의 핵심 키워드가 무엇인가? 에 대하여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 "한의계" 분들은 "서양의학"이 핵심 키워드이다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핵심적인 키워드는 "기독교(개신교)"입니다.

 

제중원은 조선(대한제국)에서 왕실의 명으로 설립된 서양의학에 의한 공식 병원이며, 그 설립자들은 기독교계 의료선교사들입니다. 선교사들은 자신들의 종교의 포교를 위하여 이 병원 설립을 주도하였습니다. 따라서 당시 제중원의 설립과 유지에 있어서 기독교는 무엇보다 핵심적인 키워드가 될 것입니다.

 

2.

먼저 제중원의 핵심키워드를 보았다면, 과연 "한의계"가 이 드라마의 어떤 면에 피해를 보게 될 것인가? 가 중요한 문제가 될 것입니다. 어찌보면, 그냥 100여년 전 연애물이 될 텐데 과연 무엇이 지금의 "한의계"를 불편하게 하는 걸까요?

 

그 것은 당시의 한의계을 폄하하는, 아니 동양의 문화와 사회를 무시하는 서양 본위적인 생각들이 여과없이 방영되어, 지금의 한의계도 당시의 것과 아찬가지로 쓸모 없다는 이미지를 얻게 될 가능성입니다.

 

이러한 가능성을 실현 가능하며, 또한 일각에서는 이 가능성을 어떤 의도로 조장하고 있다는 의혹 또한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당시의 서양 본위적인 생각은 지금에 와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당시는 제국주의가 만연하였고, 동서양간의 국력 차이가 극심한데다가 상호 이해나 교류가 거의 없었던 시기였습니다. 지금은 이러한 관점은 서양에서도 "공식적"으로는 폐기 반성되었고, 일반적인 서양인들의 의식에서도 점차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의 한국인들이 이 드라마를 시청함으로 인하여 지금 한국의 문화와 사회를 스스로 폄하하며 비하하는 일이 발생하리라고 기대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다만, "전통"이라는 이미지의 외피를 쓰고 있는 한의학이 극 중의 직접적인 언급으로 폄하된다면, 그 것은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즉, 100년 전의 한의계와 지금의 한의계의 이미지가 상호 공유되는 부분이 있고, 그 부분에서 지금의 한의계의 이미지가 훼손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3.

따라서 이러한 위험을 제거하기 위하여서는, 극 중에서 폄하되거나 비판되는 100년 전의 한의계 또는 한의계가 헤게모니를 쥐고 있던 100년 전의 보건의료를 지금의 한의계의 이미지와 겹치지 않도록 조정해야 합니다.

 

예를 들자면, 당시 창궐했던 콜레라를 생각해 볼때, 콜레라가 퍼졌던 것은 당시의 도시 위생이 열악하였고, 방제에 대한 충분한 준비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제중원이 있은 후에도 한성에서 콜레라는 창궐하였고, 수많은 사람이 죽었기 때문입니다. 이는 전적으로 불결한 하수처리시설, 열악한 영양공급, 전염병 발생 후 방역 처리를 위한 행정력의 미비 등에 의한 것입니다.

 

따라서 한의계에서는 이렇게 "한의학 외적인 요소 - 정치, 경제적으로 열악한 상황 - 에 의하여 당시 보건의료 환경이 열악할 수 밖에 없었음"을 보이고, 이 것이 강조되어 방영되도록 하여야 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지금의 한의계에는 어떠한 피해도 오지 않을 것이며, 당시의 비극은 조선왕조(대한제국)의 구조적 모순으로 그려질 것입니다.

 

4.

그런데 만약 다른 부분을 한의계가 문제로 삼는다면, 이야기는 간단하지 않게 꼬이게 됩니다.

 

과연 무엇을 문제삼으실 것입니까?

 

서양의학의 도래 자체를 문제로 삼을 수는 없습니다. 이 것은 거짓이며, 기만이고 그 누구에게도 통하지 않는 말입니다.

 

지금의 현실에서 이른바 서양의학이 의료계의 거의 전부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위급한 환자는 한의원/한방병원이 아닌 의원/병원으로 갑니다. 이 것은 국민의 공감대입니다. 실제로 한의계는 서양의학이 담당하는 부분을 모두 커버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수많은 환자들이 사망할 것입니다.

 

5.

그렇다면 서양의학을 가져온 "선교사"들을 문제삼으실 것입니까?

 

실제로 당시 선교사들은 동양의 문화와 사회에 대하여 이해가 부족했고, 성숙한 관용적인 시각을 가졌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특히 의료선교사들은 기존의 동양의학에 대해서 심각한 불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더군다가 일부 선교사들은 본국의 제국주의적 목적을 위해 봉사하기도 하였습니다. 제중원 설립에 큰 역할을 했던 알렌도 조선(대한제국)의 권리를 수탈하는 데에 앞장섰습니다.

 

그러나 이 선교사들의 부도덕성? 또는 타 문화에 대한 몰이해?를 공격하는 것이 결코 한의계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선교사들 자체에 대한 불신이 조장된다면, 그들이 했던 "한의학을 공격하는 말"의 권위기 실추되리라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습니다만, 그것은 잘못된 계산입니다.

 

선교사들 자체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며, 그 것이 성공한다해도 그 반대급부로 지금 한의계의 위신이 보존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6.

먼저 왜 선교사들 자체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는 것이 어려운가?

 

한국기독교(개신교)에서 초기 선교사들은 큰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선교사들을 공격한다는 것은 기독교에 대한 공격이 됩니다.

 

더군다나 의/한 업권 싸움으로 기독교에 칼날을 들이대는 것을, 기독교계는 이해당사자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트집을 잡아 자신들을 공격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최근 계속되고 있는 반기독교 정서로 해석하여, 그 것에 기반하여 대응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기독교와 의료계가 손을 잡게되고, 선교사들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려던 "한의계"의 신뢰가 먼저 바닥에 내동댕이쳐질 것입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몇몇" 한의사의 잘못된 행실을 크게 언론에 대서특필시키고 이를 지속한다면, 한의계가 신뢰를 잃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따라서 선교사들 자체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는 것은 성공하기 힘들고, 지불해야 할 비용이 지독하게 큰 방법입니다. 死門이라는 겁니다.

 

7.

더군다나 만약 선교사들 자체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여, 드라마에 그러한 선교사들의 언행이 방영되더라도 아무도 믿지 않는 상황을 만들어 낸다하여도 한의계의 안녕이 보장되는 것은 결코아닙니다.

 

지금 이 드라마 제중원 문제는 결국 한양방간의 밥그릇싸움입니다. 그런데 이 문제의 원인인 의료계의 신뢰는 꺾어놓지 못한채, 그들이 사용하는 수단 중 일부 하나를 무력화 시킨다고 하여 그들의 공세나 행동이 멈추거나 저지되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8.

이미 3.에서 이번 드라마 제중원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했습니다. 그 해결책을 실행하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힘든싸움이 될 것입니다. 하물며 전선을 넓히고 더 강한 적을 우리의 상대에 연결지어줄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이번 문제는 단순히 어떤 것이 사실이나 아니냐, 또는 옳은가 그른가로 갈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전략적으로 무엇을 얻을 것인가를 보고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최소의 피해로 최대의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자세일 것입니다.

 

모쪼록 많은 분들께서 현명하신 판단과 행동을 하시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