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한의사란 분의 블로그였던가를 직접 가봤습니다만 몇 달 전에 본 것들이라 잘 기억은 안 나는 군요.
그 분의 어떤 그런 생각은 상당히 높게 평가해줄 만하지만... 한국의 한의대에선 그것과 마치 다른 교육을 하는 양 이야기하는 것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그 분이 비판하는 것은 일부 로컬 한의사의 영역이지 한의학 전체가 아니란 것을 인지하지 못한단 것은 참으로 무지한 생각이라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촌구는 요골동백 박동처다.
이건 어떤 한의사도 한의대생도 다 알 수 있는 객관적 사실이고, 맥상의 변화는 심박수, 심장의 만출력, 말초혈관저항, 맥관내의 압력, 혈관의 탄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물입니다.
따라서 맥진은 상태를 알기에 유리한 진단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걸 떠나서 맥상에 따른 과학적인 분석이 끝나있고, 각각이 암시할 수 있는 현대의학적 질병에 관한 것도 연구가 끝나 있는 상태입니다. 한의사라고 해서 이걸 모르진 않죠.
다만 자기는 한의학을 알고 있다고 착각하면서 겉으로만 보이는 로컬의 행태만을 생각한다면 답이 안 나오는 겁니다.
혼자서 아는 것인양 말하면 인기를 얻을 수 있고, 특히 자신과 같은 분야에 대해 비판하면서 은근슬쩍 진짜배기들을 피해가면 더더욱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누가 요골동맥 박동이라고 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교과서에도 뻔히 실려 있는 내용입니다. 환자한테 맥진 그거 요골동맥 박동이에요. 라고 굳이 설명해줄 이유도 없고, 동맥의 박동 양상만 가지고 질병의 상태를 추측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한 장광설을 늘어놓을 이유도 없습니다. 그것은 학문의 영역에서 논해져야 할 부분이고, 환자에게는 요골동맥 박동상태가 이러하므로 어떤 질병이 의심된다는 것을 기준으로 룰아웃해 나가는 것이 더 중요한 일입니다.
만약에 당신이 대학병원 교수들을 비판하면서 어떻게 증상을 생각도 하지 않고 루틴으로 된 처치를 하냐고 따지면서 환자 개개인에게 맞는 처치를 해줘야 한다고 우긴다면 당신은 큰 인기를 얻을 수 있습니다. 실제론 교수들도 개개인에 맞는 처치를 하는 경우가 많더라도 당신의 글에 그런 내용이 없다면 충분합니다.
한의학은 당신이 공부하기 이전에 비판할 정도로 만만한 학문은 아닙니다. 모르니까 그런 글에 쉽게 공감할 수 있을 지 몰라도 제가 봤을 때 그 분의 글은... 도대체 몇 십년대 한의대를 나온 것인지, 정말 한의대를 나와서 LA로 간 것인지 LA에서 침술사 자격 따고 거기에 건강기능식품 형태로 한약을 팔면서 한의사라고 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당연한 말을 당연하게 하는 것에 불과할 정도 수준이고, 본과 1학년 이하의 추상적인 한의학에 대한 비판을 벗어난 게 아닙니다.
서대춘선생의 말 역시 시의(時醫)를 비판한 것이지 한의학을 비판한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시의란 존재는 한의학의 문제가 아니라 의사들도 마찬가지로 안고 있는 문제들이죠.
산소치료, 앳킨스다이어트 같은 예를 떠나서도 로컬의 의사들은 촌철님의 생각만큼 도덕적이거나 합리적이지만은 않습니다. 제왕절개를 많이 한 이유나 욕 먹은 이유 역시 의학적으로는 적응증이 있다고 하겠지만, 로컬에선 적응증이 아니어도 제왕절개를 해왔습니다.
그리고 항생제 처방 매뉴얼이 분명이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컬의 처방 매뉴얼은 또 따로 되있는 것 정도는 알고 계실테죠? 대학병원에선 투여 원칙이 베타-락탐계 우선에 진단명 나오기 전까지는 보류에 가깝지만 로컬의 투여원칙은 진단명이 아니라 증상만 딸랑 가지고 투여를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항생제 남용으로 사람들이 욕하는 것은 현대의학의 항생제 금기증 적응증을 가지고 말한 것이 아니라 로컬에서 두드려 퍼붓는 항생제를 욕하는 겁니다.
지금 촌철님이 퍼오신 글들 역시 한의학 자체를 문제 삼기 보다는 로컬의 한의사들을 문제 삼는 것들에 불과합니다.
대학에는 이런 말이 있지요. '물유본말 사유종시 지소선후 즉근도의' 지엽적인 것만으로 한의학을 비판하는 것은 비난에 불과할 뿐이고, 실도한 것입니다.
로컬병원의 행태에 대해 늘어 놓으면 한도 끝도 없을 것이란 것은 촌철님이 더 잘 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현대의학을 단순하다고 하지 않습니다. 로컬 의사들 생각이 진짜 단순하다고 욕할 뿐입니다.
앞 뒤 관계를 고려해주시기 바랍니다. 한의대생이나 한의대임상교수님들이 의사들 중에 돌팔이 같은 놈들 많다고 하고, 의대 교수들은 로컬 의사들 진짜 단순하고 말도 안 통한다고 하는 것이 현대의학을 비판할 이유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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