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1882 - 1963 회고록)

 

 한국궁내 혜민원주사, 태의원 부속동제의학교 도교수

 대한 의사 회 총무이사

 구황궁전의

 대한 한의사회 명예 회장

 

 

 

궁내 전의 원로들인 홍철보,장용준,최규헌등의 총애를 받고 있던 동제 의학교 도교수인 젊은 청년 한의사 였던 김영훈은 전광옥,조병근등과 상의하여 전국에서 명망있는 한의학자 8명을 규합 동의학 진흥활동을 전개하기 위한 결맹을 맺었는데 이것이 8가 일지 동맹이다.

임혁동,홍종철,한병연,임병후,김관식,조병근,전광옥,김영훈

이들은 첫째 사업으로 전국 한의들의 조직체를 결성하기로 하고 1909년 대한 의사 총합소(현  한의사 총합소)  창립하게 된것이다. 다음 사업으로는  전국 한의에게 한의학의 연수와 새로 들어온 서의학의 섭렵을 위한 강좌를 실시하고 동서 양의학 섭렵을 위해 매진하는것이었다.

이와 같이  전국적인 모임인 의사단체(현 한의사 단체) 의 존재와 한의들의 계속적인 서양신의술 취급강좌등 활발한 진흥 활동이 전개됨에 따라 일제의 탄압아래  공공사업에서 한의가 배제되었어도 민간주도의 국민의술로서는 한의학이 살아 남게 되었던것이다. 

1910년 국치적인 일제 병합으로 일제 총독의 통치가 시작되자 의사제도도 일제 자의로 정비되어 일본에서와 같은 양의사 단일제도를 표방하였고 1913년 1월 1일을 기하여 의생령이라는 준의사 제도를 공포하고 한의들을 여기에 등록케 하였다.

 

이를테면 지금까지 떳떳한 의사로의 신분이 의생이라는 천칭으로 격하시키는 법령이었다.

활동지역도 제한 하고 면허의 시간도 제한하고 양성기관도 없애는 이른바 고사 작전이였다. 

그러나 한편 생각하면 일본에서처럼 한의학을 바로 완전히 없애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니 한의의 명맥이 일단은  수년이나마 남아 있는 셈이었다.

그 당시 학식높은 의사나 노숙한 원로들은 낮게 격하된 의생령에 등록하지 않았고 의계에 숨은분도 많았다. 김영훈도 이러한 일제의 처사에 분했으나 별수 없이 등록할수 밖에 없었다. 이름에 구애 받지 않고 오로지 한의학술을 발휘하여 창생을 구하는 것이 의원이 본분이라 생각했다. 이 때 의생령에 등록한분이 5800 여명 이었다.

일제관리들의 감시를 받으며 의기침울하던 어느날 전국의 의생들을 모두 한자리에 모아 보자는 일을 조병근씨와 궁리 하였다.

마침 일제는 총독정치 5년을 기념한다는 뜻으로 가을에 서울에서 박람회를 개최하는데 이 행사에 편승하여 전국 의생을 모으게 되었다.

이 나라 조선 이후 한의사들이 모두 모이는 전국 대회이고 일제의 압정하에서 개최되는 모임이라 난관과 애로가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그러나 책임을 맡은 발기인들은 의기투합 열심히 준비 하였고 더욱 기쁜일은 덕수궁의 고종,창덕궁의 순종도 5백원의 거액을 하사하고 창덕궁의 비원을 대회장소로 쓰라고 윤허를 받은 일이다.

물론 원로 전의들의 간곡한 부탁 덕분이었다.

 

 

이 대회에선 다음과 같은 사항이 결의 되었다.

 

1. 조선에 한방의료 양성기관을 설치 할것

2. 한방의생 칭호를 의사로 다시 개정할것

3. 한방의생 지역 제한, 년도 제한을 폐지할것

4. 한방 연구 기관, 전문구료소를 설치 할것

5. 한방의 시험을 실시 할것

 

이처럼 전국 의생대회가 성황리에 끝난것은 총독부가 한의계를 보는 눈이 달라져서 일본에서처럼 한의학을 쉽게 말살시킬수 없다는 인식을 가지게 했고 그동안 사기가 저하되었던 전통 의사들에게 커다란 용기를 주었다.

이 대회가 끝나자 전국 의생연합회(현 한의사 협회의 전신)가 결성되었지만  7개월 만에 일제의 교묘한 탄압으로 그 뿌리가 흔들려 흩어지게 되었다.

 

1913년 의생령으로 의사에서 의생으로 격하된 이후 일제 치하 20여년을 거치면서 의생의 수는 그 반수가 노쇠하여 죽고 하여 감소되어 남은 반수도 거의 노령의 의사들이었고 한의의 수는 점점 줄어 가고 있었다. 이러한 사실은 한의학의 승계자가 없어지는 것으로서  학문전수에 중대한 위협이 되었다.  그동안 수차에 걸쳐 의생 시험을 실시해줄것을 총독부 당국에 진정하였으나 한번도 실시된 적이 없고 다만 개별적으로  한두 명정도가 지역제한 의생으로 면허를 받은 일이 있을뿐이 었다.

 

1945년 일본이 패망했다.

이 민족치고 어느 분야건 이 해방의 기쁨을 누리지 않은 곳있으랴만 특히나 한의학계는 환희가 말할 나위가 없었다.  구한말때 부터 일제에 의해 억울하게 밀려 났고 왜정때 의생이라는 천칭과 천대를 받으면 오늘에 이르렀으니 이 쇠잔한 동의학을 살리기 위해 얼마나 참고 참았던가??

이 의학을 살리기 위해 왜인들에게 아양도 떨었고 웃음도 지었으며 눈물도 흘리었다.

 

이후 1946년 9월 전국 대한 의사 총회(현 한의사 총회)가 개최되었다.

그동안   일제하에서 억압받던 한의학계가 새로운 발전을 하기 위해 모인 자리였다.

 

그리고 1950년 6,25동란을 거치고 1952년 9월  전쟁중에 드디어 국회입법으로 한의사 제도가 성립되고 교육기관으로 서울 한의과 대학이 설립되었다.  그리고 의료법에 따라 대한 한의사 협회가 창립된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