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짆은 한의학도들이 상한론에 대하여 신기루를 쫒는 듯한 분위기가 있어 좀 더 균형적인 시각을 갖자는 의미에서 글을 씁니다.
아시다시피 소위 고방이란 근세 일본이 동아시아의 고전에 대한 이해와 분석이 깊어지면서 일본적인 시각으로 재해석하면서 생긴 말입니다. 그에 대해 후세방이란 말은 절로 나올 수 밖에 없었구요. 의학분야 뿐 아니라 동아시아 고전에 대한 해석은 중국이건 한국이건 여지껏 일본인의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근세 일본의 학자들은 그들의 학문적인 자부심으로 명청시대의 의학적인(크게 보면 학문적인) 흐름에 대해서는 일단은 무시하고 들어갔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고전부터 자기나름대로 해석을 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이 부분은 의학사적인 근거는 확인하지 않았고 단순히 당시 일본이 보는 세계관을 보고 추론 한 것임) 문제는 우리나라의 한의학계는 은연중에 상한방에 대해서 한의학의 상위개념으로 받아들이는데 있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 의가들은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게 좀 더 합리적인지에 대해서 제 의견을 말합니다.
1. 의사가 하는 일
당연히 환자의 병증을 해소시켜주는 일입니다. 그러나 여기서부터 많은 의견이 엇갈립니다. 예컨대 비염이 있는 아이가 결막염이 생기면 요즘 엄마들은 내과에 가서 감기약 처방받고 이비인후과에 갔다가 안과에도 갑니다.
그리고나서 한의원에 오면 이렇게 말합니다.
평소에 비염도 있는데(그러니까 이건 당연한 불편함으로 받아들이고) 결막염까지 걸려서 애가 공부를 못해요. 결막염이 어떻게 한방으로 안되나요?
혹은 면역력이 떨어진 모양인데 약 좀 먹어야 한지 않을까요?
이런 경우 양의사들도 의사가 병증을 치료하는 기전도 제각각이고 한의사도 사람에 따라 제각각입니다.
우리는 한의학도이니까 이럴 경우 무엇을 먼저 해야 할까요?
결막염을 치료해야 합니까?
비염을 치료하여야 합니까?
아니면 보약을 처방해야 합니까?
이것에 대한 선택은 의사가 환자의 몸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지게 됩니다.
만일 약사라면 결막염을 치료해달라고 하니 대략적인 증상을 변증하고 결막염 처방가운데서 골라 주면 됩니다만 의사는 병증을 보고 치료에 임하는게 아니라 왜 그런 병증(결막염)이 생겼는지 환자의 몸을 이해하고 난 후에야 비로소 처방을 내리게 됩니다.
말하자면 의사는 증상에 의해 처방을 내리는게 아니라 몸의 상태를 보고 처방을 내리는 것입니다. 한의사들이 처방을 배우면서 항상 잊지말아야 할 것은 증상이란 실마리로 몸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2. 상한론의 이해
내경이 몸의 생리를 그 당시의 생활과 기후를 바탕으로 거시적으로 진술하였다면(다 그런 건 아니지만) 상한론은 고대부터 중세에 이르는 동안 병증과 처방에 대해 기술해 놓은 것입니다. 내경은 두리뭉실하고 구체성이 떨어져서 임상적인 의미는 별로인 것에 비하여 상한론은 환자를 관찰한 결과를 바탕으로 증상과 처방을 기록했으므로 임상적으로 활용가치가 높습니다. 문제는 한방의 처방이 상한론에서만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다만 송대의 중화주의라는 시대적인 배경이 상고주의라는 경전해석으로 나타나고 그런 분위기 속에 성씨가 상한론을 추겨올리면서 고전으로써의 자리매김이 더욱 공고해졌습니다.
한방의 처방 속에는 아유르베다 티벳의학 그리고 한반도의 민속의학등이 모두 흡수되어있습니다. 상한론의 계지탕을 보더라도 계지는 황하유역에서 볼 수 없는 약재라는 면에서 이미 당시로서는 남만의 의술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입니다. 즉 상한론이란 증상과 처방은 중경이라는 의자가 지식이 출중하여 의료지식적인 권위를 갖고 만든게 아니라 당시에 알려진 치료상식을 모아 놓았을 뿐이란 겁니다.
만일 중경의 지식이 들어갔다면 증상에 대한 해석과 계지라는 약초에 대한 해석이 뚜렷해야 합니다만 문맥으로 보면 그냥 증상에 병명을 붙이고 처방을 연결시켜 놓은 것입니다. 의사학적인 의미는 크지만 임상적인 의미는 다시 힌 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는 것이죠.
3.상한처방의 이해
저는 상한론에 대한 주석이나 각종 해설 대해서는 진실로 과문합니다. 상한론 원문(수첩과 국시용요약) 이외에는 상한론 해석에 대해 알아본 적도 없고 또 알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상한론 하면 분위기가 위에서 말한 내가 인식한 것과는 너무도 달랐기 때문입니다. 외람되지만 상한처방의 치험례는 귀중한 자산이지만 그에 대한 의학적인 해석에 관한 것은 지금까지 누구의 말도 수긍을 안합니다. 너무 허황된 논리가 많이 들어갔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간단한 걸 어렵게 표현하는게 공부하는 사람들의 일이기는 하지만요.
몸이 아프면 단방으로 낫고 쌍방으로도 나을 수가 있고 수십가지 약재처방으로도 나을 수가 있습니다. 단방으로 나으면 고수고 백가지 약재로 나으면 하수라는고 생각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생각입니다. 그런 생각은 환자의 몸을 생각하지 않고 의사의 기술을 기준으로한 생각으로 생명보다는 기술을 앞세우는 생각의 틀입니다. 자를 계층적으로 낮은 그리고 의가를 특수한 지위로 생각했을 경우에나 있을 수 있죠.
한의사들은 제발 이런 의관은 - 만일 갖고 있다면 - 버리시기 바랍니다.
다시 비염의 예를 듭니다.
친구가 비염을 수십년 앓아왔습니다. 이 친구는 과산화수소라는 약물 하나로 고쳤습니다. 이 사람이 의학적으로 고수일까요? 전혀 아닙니다. 직업이 탱커 선장인데 심심해서 홀로 고쳐보자고 스스로 이것 저것 해보다 우연히 창안한 처방으로 실험했더니 신비스럽게도 나은 겁니다.
이 말을 장중경이가 들었다면 당연히 자기 책에다 썼을 겁니다. 코가 막히고 콧물이 시시로 나오고 맥은 평하다면 과산화수소 다 라고 쓸텐데 그 조문을 외워서 쓰면 고수가 되는 걸까요? 친구는 비염이 있는 사람을 만날 때 마다 거품물고 과산화수소 얘기를 합니다. 병원가지 말라는 주의사항을 덧붙여서요. 그래서 내가 막 뭐라 그런 적이 있습니다. 알고 말하라구요.
의사는 병증을 볼 때 환자의 생명이 얼마나 안전하게 유지할 수 있는지를 가늠해야 합니다. 과산화수소나 소금물로 알러지비염 만성비염 얼마든지 고칠 수 있습니다. 지속적으로 자극하면 코의 점막이 두꺼워져 비염증상은 없어집니다. 그러면 병이 나은 걸까요? 아니죠? 그런 치료방법은 마치 귀찮다고 교통신호등을 부셔버린 것과 같습니다. 즉 비염은 낫지만 기관지가 약해지거나 폐렴의 위험도가 증가할 것입니다. 상한론 조문을 외워서 그 증상에 처방을 골라쓰는 것은 바로 이와 같은 우를 범할 수가 있습니다.
바로 몸을 최대한 이해하고 왜 그런 증상이 나타났는지 그 사람의 생명력과 연관시켜 이해하고 그리고 약물 하나 하나의 기미(작용)을 이해했을 때 상한론 처방이 의미있는 것입니다. 그런 것들을 이해할 수 있다면 어떤 병증에 대하여 구태여 상한론 처방부터 더듬어야 할 필요가 없게됩니다. 급하면 수퍼에서 구할 수 있는 야채로도 감기 정도는 충분히 치료가 가능합니다.
예전에 고방학회에서 맹장염(충수염) 치험례에 대한 논의가 있었습니다. 대황목단피탕, 계지가 작약탕 등등이 나왔습니다. 배를 눌러보아 어디가 어떠면 대목탕 혹은 계작탕 이런 말들이었습니다. 물론 상한방의 고수들인지라 경험은 많지만 처방선택의 이유가 단순히 증상과 복진이외에는 없었습니다.
그 때 이종대 선생님의 하신 말씀이 지금도 귀에 생생합니다. 바로 충수염의 생리를 지적한 것이었습니다. 그거 대장을 활성화시켜 주면 됩니다. 당시 이말을 이해했던 분들은 거의 없어 보였습니다.
평소 생리의 중요성을 모르기 때문이었습니다. 즉 대장을 활성화시켜주는 것이 충수염을 치료할 수 있는 생리기전이 발견되었다면 처방은 늘어납니다. 계작탕 대목탕 뿐 아니라 보중익기탕도 될 수 있고 또 다른 처방도 나올 수가 있는 것입니다.
개인의 신체 상태에 따라 증상의 발현정도에 따라 그 분들이 알고 있던 계작탕이나 대목탕보다도 더 효율적인 처방을 선택할 수 있는 겁니다. 생리는 양방도 좋고 한방이론도 좋습니다. 문제는 일관성이 있어야 하고 또한 부분을 전체와 연관시키 수가 있어야 의미가 있습니다. 양방은 부분과 전체가 연결이 잘 안되고 한방은 부분과 전체를 보려고 애를 씁니다만 견강부회식으로 억지로 붙여논게 많습니다.
인체란 복합적이어서 모두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많이 알면 많이 알수록 분명히 치료에 도움이 됩니다. 요즘 테레비에 하우스란 의학드라마가 나오는데 하우스 박사는 언제나 기이한 병증의 원인과 병리기전에 촛점을 두고 팀을 지휘하는 한편 팀원들은 매뉴얼에 열거된 증상에 근거한 처방에 급급하여 낭패를 합니다. 우여곡절끝에 결국은 하우스박사가 마지막에 원인을 밝혀내고 병리를 설명하고 팀원들이 생각하지 못한 방법으로 치료하는 드라마 입니다. 양방이야기이지만 작가가 보여주고자 하는 의도는 무엇이 진정한 의사가 해야 하는가 라는 것을 금방 알수 있는 것입니다.
4. 상한 조문의 이해
그냥 외우지 말라고 권합니다. 전에 동상걸리면 찬물에 발을 담궈야 한다는 자칭 상한론 대가가 스스로를 자랑한 실화를 들어봅니다.
찬물에 담그는 이유에 대해 그것을 아는가 외치신 대가의 결론은 참으로 허무했습니다. 그게 바로 음양의 오묘함 때문이랍니다. 이런게 답이 될 수 없음에도 그저 오묘함이란 말 한마디에 감탄하는 한의학도에 대해 좌절감까지 느끼곤 했습니다.
상한론의 대가가 그런말 하면 안되죠.
왜 안될까요?
상한론의 의미가 무엇입니까?
한문법에는 좀 안맞는 듯하지만 한에 상했다는 뜻입니다. 한에 상하면 어떻게 되더라 하는게 상한론입니다. 상한론 대가가 한에 상하면 어떻게 되는지 모른다면 말이 안되는데... 한에 상하면 우선 상한 부위에서 열이 납니다. 열이 안나면 그 세포는 죽은거죠.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한글학자와 마찬가지로(그런 한글학자는 세상에 없지만) 상한론의 대가라는 명의(?)반열에 든 한의사가 한에 상하면 열이 난다는 단순한 생리를 모르고 있었다고 밖에 생각이 안됩니다. 만일 애매한 음양오행론이 없었다면 그 분은 동상부위를 찬물에 담그는 이치를 어떻게 해석했을지 궁금니다.
상한 생리를 보면 너무 쉽죠? 상한하여 열나고 열나니까 찬물에 담거야 되는 겁니다. 생리에 대한 이해가 없는 의사들이 동상으로 인한 것이니 더운 물에 담그게 한다면 실제로는 열에 열을 더하니 이건 낭패가 됩니다.원인도 중요하지만 그에 따른 생리를 구하지 않으면 이런 무지를 스스럼없이 자랑하게 됩니다.
계지탕증에 왜 맥이 부완해야 하는지 항배강통이 왜나는지 그러면 계지는 어떤일 작약은 감초는, 생강은, 대추는 그리고 이것이 과연 최선의 처방인지 생각해야 합니다.
좀 길어졌는데 요지는 의사는 증상과 진단 그리고 처방이 중요한게 아니라 무엇보다도 병증이 어디에서 비롯되고 어떻게 증상으로 나타나는지에 대한 생리기전입니다. 이 생리기전은 음양오행이론 보다도 훨씬 효율성 있는 오늘 날의 생물학적인 용어로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다 그런 건 아니지만) 그래서 처방을 배울 때 그 처방에 맞는 증상을 외우려 하지 말고 그 처방에 맞는 생리를 이해하시기 바랍니다 .
이런 자세를 견지하면 상한론의 의미는 임상적으로 평범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아이러니칼하게도 2000년전에도 한에 상하면 몸에서 열이나고 병증이 시작하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오히려 요즘 사람들은(한의사들은) 이런 이치를 깊이 생각하지 않고 사람들의 눈에 쉽게 띄는 방법으로 자신을 내 보이려하는 경향이 안타깝습니다. 코에 대한 생리도 없으면서 어려운 한자말로 풍 한 서 습 조 화니 하여 그 말자체가 이미 모든 걸 설명해 주는 것처럼 치장하여 가다가 나으면 좋고 안나으면 그만인 식으로 하니 결과적으로 일반인들한데 한방에 대한 불신만 심어주는 예가 어찌 알러지비염 전문치료한의사들에만 그치겠습니까?
소위 무슨 전문이라고 내세우는 태반이 그럴겁니다. 이것은 양방도 마찬가지 입니다. 눈에 보이는 수술에만 의존하려고 하니 모르는 이는 당장 치료된 것 같지만 과연 수술의 효과(위급한 사고등에 의한 경우를 제외하고)가 어느정도인지는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위암전문양의사가 한국의 위암수술실력을 자랑하면서 한국의 한 의사당 암수술집도횟수가 미국의 수술집도횟수보다도 20배나 많다고 근거를 내세우는 것을 직접 들었습니다.
어찌 사람의 살에 칼대는 것이 실력의 기준이 됩니까? 우리보다 거의 모든 면에서 앞선다는 미국에서 - 더구나 자국민의 생명과 관련된 것이라면 어느 나라보다도 신중한 나라인데 - 위암에 대해서 몰라서 칼을 안대는 것은 아닐겁니다.
한국의 양의사와 미국의 양의사들의 차이는 생명에 대한 경외심에 대한 차이입니다. 한국은 생각없이 우선 잘라놓고 분명히 암세포가 없어졌으니 나았다고 말하는 경향이 있고 미국은 비록 위에 암세포가 자라고 있어도 잘나낸 전후 사정을 고려하여 우선은 최대한 지켜보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는 것입니다. 즉 미국의 의사들은 암을 수술로 암세포를 잘라낸 경우보다는 그냥 암세포를 갖고 사는 것이 오히려 생활이 편하고 생존기간이 더 긴 경우가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자는 병을 없애는데 주의를 해서는 안됩니다. 보다 적극적으로 병으로 고통받는 사람의 생명력에 대하여 주의를 해야 합니다. 위의 예처럼 과산화수소로 비염을 없애려하는 것보다는 몸의 전반적인 균형과 폐를 튼튼히 하여 몸에서 스스로 비염을 없애게 하는 것이 비록 시간이 걸리고 비용이 많이 든다할지라도 의자가 취해야할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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