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EBS와 수능시험의 연계율을 70%까지 끌어올린다’라는 발표가 화제가 되고 있다. EBS와 수능과의 관계는 사실 10년도 넘은 ‘루머 아닌 루머’이지만, 이번 경우에는 교육부 장관이 직접 거론했기에 그 무게감이 사뭇 다르다. 하지만 많은 수험생들은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래서 어떤 식으로 EBS와 수능을 대비해야 하는지 혼란하기만 할 뿐이다. ‘EBS 수능 반영률 70%’, 그 정확한 CODE(본질)와 전략적 대비법은 무엇일까.
'EBS 수능 반영률 70%'의 맹점1 - 출제방법 ‘EBS 수능 반영률 70%’라는 발표에 대해 수험생들이 가장 극단적으로, 그러나 또 대체적으로 하고 있는 상상은 아마도 이런 것일 것이다. EBS 강의와 문제집에 있는 문제가 ‘모양까지 완전히 똑같이’, 또는 ‘아주 약간만 변형하여’ 그대로 출제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내신시험의 출제패턴을 생각하면 쉽다. 모든 학교내신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때때로 내신은 교과서나 문제집을 거의 그대로거나 아주 약간만 변형해서 출제하곤 한다. 문제와 답을 달달 외우면 기계적으로 풀 수 있는 경우다.
그러나 이러한 가정에는 3가지의 위험한 ‘맹점’이 있다. 첫째, 국가고사를 이렇게까지 출제하기는 힘들다. EBS 문제집이나 인강마저 접근할 수 없는 소외계층에 대한 형평성 문제부터 해서 여러 가지 복잡한 변수들이 있다. ‘약간 변형’이 아니라 ‘꽤 많이 변형’하여 출제할 수 밖에 없다.
둘째, 수능의 핵심적인 출제원칙과 정면배치된다. 수능은 애초부터 ‘암기력’이 아닌 ‘응용력’을 테스트하기 위한 사고력 시험으로 고안되었고, 이 대전제는 15년이 넘게 유지되고 있다. 기계적으로 유형과 답안을 달달 외우게 만드는 ‘내신형 문제’는 수능의 성격과 맞지 않다.
셋째, 만약 그렇다고 하더라도 ‘나머지 30%’의 문제가 남아있다. 당락이 중요한 수험생 입장이라면 결국 이 30%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사실상, 그 전에도 70% 정도는 시중 교재와 비슷한 유형이 출제되었고, 30%가 ‘신유형’으로 당락에 결정적이었다. 시중 교재에서 EBS로 변경된 것일 뿐이지 경거망동할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70% 반영률’의 CODE(본질)는 유형이랑 답안을 달달 외우면 되는 70%가 아니라, 말 그대로 ‘연계’ 정도의 70%일 가능성이 크다. 언어 지문을 같은 것을 쓴다던가, 출제의 핵심원리는 동일하지만 겉모습은 많이 다른 수학 문제를 출제하는 식이다. 극단적인 상상과 극단적인 대비법은 위험하다.
'EBS 수능 반영률 70%'의 맹점2 - 공부법 만약 앞서 말한 본인의 가정이 완전히 틀렸다고 해보자. 70%가 EBS와 거의 똑같이 숫자만 바꾸어서 나온다고 해보자. 그럼 이제 문제유형과 답안만 달달 외우면, 70점 정도는 ‘너무나 쉽게’ 따 논 당상일까? 이 경우에도 분명 문제가 있다. 서점에 가서 EBS 문제집의 권 수를 살펴본다면, 인강 사이트에 접속하여 EBS 전체 강의 수를 살펴본다면 무슨 말인지 금방 이해가 될 것이다. 아무리 기계적이라고 해도 외워야 할 교재와 강의 수가 만만치 않다. 수능은 3년 진도 내용 전체가 시험 범위다. 게다가 과목 수도 6~7과목이다. 외워야 할 문제유형이 수천, 수만가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수험생이라면 마땅히 외워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당신은 잘못된 공부법을 가지고 있을 공산이 크다. 우리 연구소가 7년 동안 1대1로 인터뷰하며 연구한 ‘서울대3121명’은 그렇게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만가지의 문제유형을 달달 외우는 무식한 공부는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다르게 생각했고, 다르게 공부했다.
서울대3121명의 출발점은 간단했다. ‘그 많은 유형을 암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는 명제였다. 그들은 문제에 사용된 개념에 집중했다. 저마다 다른 100가지 문제유형일지라도 그 출발점은 개념 1개로 동일할 수 있다는 것을 간파했다. 수만가지 문제유형을 일일이 암기할 수는 없어도, 교과서에 있는 한정된 개념을 외우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문제에 어떤 개념이 왜 쓰였는지 분석해내고, 어떻게 쓰였는지에도 초점을 맞추었다.
어떤 개념이 어떻게, 왜 쓰였는지를 알면 문제가 변형되어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비유하자면, 보통 학생들이 수만가지의 개별 요리에 대해 일일이 그 요리법을 외우고 수만가지의 가공재료와 레시피를 요리대회에 가져가고자 노력했다면, 서울대3121명은 무슨 재료가 왜, 어떻게 쓰였는지를 분석하여 원재료 몇 개와 요리원리만을 기억하여 요리대회에 임했다는 것이다. 암기는 줄이고 응용은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이었다. 그들은 우리 선입견처럼 성실한 모범생이기 이전에 시험의 CODE를 볼 줄 아는 ‘전략적 공부고수’였다. 수만가지의 자잘한 유형과 풀이과정을 암기할 것인가(거의 불가능한 미션이다), 개념원리와 응용원리를 분석하여 이것만 암기할 것인가(원리는 이해만으로도 자동적으로 암기되는 경우가 꽤 많다). 두 공부법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EBS 수능 반영률 70%'의 맹점3 - 공부의 본질 EBS 수능 강의가 부각되면서 한 가지 묻혀진 것이 있다. 바로 공부의 ‘본질’이다. 공부의 다른 한자어는 ‘학습’이다. 학(學)과 습(習)의 결합어다. 즉, 공부는 수업(학) 50%와 자습(습) 50%가 결합되어야 완성된다는 것이다. EBS 수능 강의에서 몇 %가 나오든 그것은 중요치 않다. 결국 그 강의를 내가 어떻게 듣고 어떤 식으로 소화하는지에 따라 공부는 완성되는 것이다. 강의, 수업, 반영율이라는 말에 가려 이 중요한 본질을 놓쳐서는 안 된다. 정밀하지 않고 유치하지만, 그냥 ‘산수’로 이 부분을 명확히 하자. EBS 수능 강의는 50%(학)다. 여기에 70%가 연계된다고 해도, 결국 50% * 70%. 전체 공부에서는 ‘35%’ 비중일 뿐이다.
'EBS 수능 반영률 70%'에 대한 대책 -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가? 위의 내용은, 그러니까 EBS를 아예 무시하라는 말이 아니다. 극단적인 생각의 맹점을 잘 살펴 경거망동하지 말자는 이야기다. 교육부 장관까지 나서 반영률을 높인다는 이야기를 한 만큼 어떻게든 대비를 하긴 해야 한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대책은 간단하다. 원래부터도 듣던 인강이나 문제집을 EBS 중심으로 재편하면 된다. 어차피 볼 강의와 문제집을 이왕이면 EBS 위주로 구성하자는 이야기다.
단, 이것을 나머지 공부에까지 지나치게 확장할 필요는 없다. 앞서 이야기했듯 강의와 문제집은 철저히 공부의 ‘일부분’이며 ‘수단’일 뿐이기 때문이다. 올바른 수능 공부법을 찾았다면, 그대로 공부하면서 공부도구만 '교체'하는 식으로 가야 한다. 야구선수가 원래 하던 훈련법을 유지한 채 글러브와 배트만 교체한다고 이해하면 된다.
EBS 반영률을 높이는 것은 분명 사교육비 경감 차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실전에서 공부하는 수험생 입장에서는, 정책의 시시비비를 따지기 전에 '이상'과 '현실'을 잘 구분하여 대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하겠다. CODE는 1가지다. ‘EBS가 어떻게 반영되던, 수능 공부법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 스터디코드 조남호대표 제공 - 초청특강 바로보기 ☞ 본 내용은 맛있는 교육의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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