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플래시애니메이션 및 온라인 광고기획 등 컴퓨터업계에 종사해 오던 최모(34·경기도 성남시) 씨는 지난 2000년 경기가 좋지 않아 강남 사무실을 목동으로 옮겼다.

평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업이라 신경을 많이 써서 자연스레 몸이 허약해진 최씨는 한약을 먹다가 잇몸에서 출혈이 나 치과를 찾았다. 치과의사가 스케일링을 권해 치료했으나 잇몸출혈은 멈추지 않았다.

이에 2002년 서울 목동 E병원을 찾은 최 씨는 백혈병이라는 진단결과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2년여간 수술과 항암치료를 반복해야만 했던 최씨는 더 이상 나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자 고통스러운 항암치료 대신 주위의 권유로 한방병원에 입원하기로 했다. 여기서 그는 약 한달간 입원해 있으면서 장생도라지치료약(면역증강제의 일종)을 투약하는 등 치료를 받았다.

그런데 최씨는 종신보험을 가입해 있는 S생명보험사로부터 보험금(입원급여금) 인정을 받지 못해 이에 대해 항의했지만 S생명보험사로부터 한방병원에서의 입원치료가 암치료를 위한 직접적인 목적이 될 수 없으므로 지급할 수 없다는 답변을 확인했을 뿐이었다.

최씨는 “계약한 보험약관에는 분명히 ‘의사,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 면허를 가진자에 의하여 암의 치료가 필요하다고 인정한 경우 의료법 3조 2항에서 정한 국내의 병원이나 의원 또는 이와 동등하다고 회사가 인정한 경우 자택에서 치료가 곤란한 경우 의사의 관리하에 치료에 전념하는 것을 말한다’고 명시되어 있으나 보험사에서는 한약은 보약의 개념이 강해 암을 치료하는 직접적인 목적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워 지급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지급을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최씨의 의견은 직접적으로 목적에 부합하지 않더라도 치료를 위해 약이 쓰여졌다면 합당한 것인데 보험에서 말하는 직접적인 치료는 결국 환자가 한방치료를 원하더라도 양방이 아닌 한방치료는 원천적으로 보험지급이 될 수 없다는 말로 들린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S생명보험사측 관계자는 “이 고객의 경우 병원에서 치료한 내용이 암 치료를 목적으로 한 입원으로 볼 수 있나 없나를 판단하는 것이 문제였는데 한방병원측 담당한의사의 입원소견서를 확인해 본 결과 보전적 측면의 면역증강제 등을 투여했다고 되어 있어 보험사에서 검토해 본 끝에 한방병원에서의 입원치료는 암치료의 직접적인 목적으로 볼 수 없어 지급이 불인정된 것이며, 이는 단순히 한방이어서 안된다는 단정적인 의미는 아니었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 한국소비자보호원 보험관계자는 “이 문제는 생명보험의 특성상 보험약관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 경우 한·양방 약관 불비사항(국내 한·양방 약관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으로 인해 벌어진 사건으로 보여진다”면서 “약관이란 것은 계약자에게 유리하도록 되어 있고 보험약관상에 한·양방 치료에 대해 정확히 명시되어 있지 않은 이상 한방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이 경우도 보험금지급이 당연히 인정되어져야 할 것이라 본다”고 해석했다.

최씨는 현재 이번 사건과 관련해 지난 2월말경 ‘입원급여금 미지급건’에 대한 내용으로 법원에 청구소송을 제기한 상태이다.

한편 이번 사건에 대해 한의계의 한 관계자는 “이 사건은 결국 보험사가 임상적 유효성, 타당성을 인정 못하겠다는 얘기”라며 “이를 명확하게 과학적으로 입증시키고 대외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근거자료나 데이터가 한의계에 요구되어지고 있는 현실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문제는 한방의 건강보험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부분은 아니지만 사보험사들의 무지나 횡포로 인해 환자들이 한방치료를 받고 싶어도 받지 못하는 등 겪어왔던 불이익은 없어져야 하고, 앞으로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