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1-08-03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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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신상우(padia@hanmail.net) )
20세기 한의학교육사를 돌아보며...
등록자 註: 진정한 20세기의 끝이 며칠남지 않은 이즈음에, 2,4년제 한의대 학제 때 이야기나 수능점수로 이 게시판이 도배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제마선생님이 돌아가신(1900년)지 정확히 100년이 흐른 현 시점에서 지난 100년의 한의학교육사를 돌아보고자 합니다. 본 사이트에도 이런 내용은 없는것 같아서 한의대 학생들도 한번쯤 상기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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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교육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대학교육 이전의 도제교육에 관해 알아보고자 관련 자료를 찾아보았으나, 필자가 과문한 탓인지 구할 수가 없었고, 몇몇 자료를 중심으로 구한말부터 현재까지의 주로 단체교육과 관련된 한의학 교육과정의 변화를 고찰해 보았다.
『經國大典』에 의하면 조선 후기의 국가의료는 內醫院, 典醫監, 惠民署의 삼의사 체제였는데, 이 중 의학교육을 담당했던 典醫監과 惠民署를 중심으로 서울에 80명, 지방에 약3,296명으로 전국적으로는 3,300명이 넘는 의학생도가 있었다. 1894년까지 시행된 의과취재를 보면,
初試로 전의에 의해 『纂圖脈』,『銅人經』을 암송하는데 50세 이상은 背講으로 하고, 『直指方』,『得效方』,『婦人大全』,『瘡疹集』,『胎産集要』,『救急方』『和劑方』,『本草』,『經國大典』등은 臨文케 해서 18명을 試取하고, 覆試는 같은 과목과 방식으로 예조와 전의감의 提調가 試取하여 9명을 급제시켰다. 『續大典』과 『大典會通』에서는 『素問』,『醫學正傳』,『東垣十書』,『醫學入門』등의 서적이 추가되어 있다.
[신동원. 한국근대보건의료사. 서울; 한울 아카데미, 1997:37-8.]
[기창덕. 한국근대의학교육사. 서울; 아카데미아, 1995:21,42-3.]
그러나, 구한말 서세동점의 격풍 속에서 의료분야에서도 선교사들과 일제를 통해 서양의학이 유입되면서 한의계는 점차 주도권을 빼앗기고, 1894년을 끝으로 의과취재의 길이 끊기면서 사사나 독학으로만 한의학의 교육이 이루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한의학계 최초의 근대적인 학교교육의 시초는
1906년 설립된 \'東濟醫學校\'라고 할 수 있다. 원래 동서의학 모두를 가르친다는 취지로
1899년 설립되었던 의학교(1899-1907)가 서양의학만을 가르치자,
1904년 한의계에서도 한의학을 전문으로 교수하는 大韓醫學校를 官立할 것을 요구하였으나,
1906년 봄에서야 고종의 후원으로 사립 東濟醫學校가 설립되었는데,
이마저도 1907년 헤이그 밀사 사건을 계기로 고종이 퇴위함에 문을 닫았다고 한다. 그 교육내용을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한의학 뿐만 아니라 서양의학, 국한문, 산술, 외국어학(일어) 등의 과목이 교수되었다고 하며, 예정된 수업 연한은 명확치 않은데,
한의학 교육 내용은 교수 선발시에 面講(해석), 背講(암송), 理講(논증)으로 『內經』,『東醫寶鑑』,『醫學入門』등의 시험을 치른데서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신동원. 한국근대보건의료사. 서울; 한울 아카데미, 1997:423-5.]
同濟醫學校가 폐지된 1908년 4월에 洪鐘哲, 李海盛, 趙炳瑾 등이 韓醫學講習所을 사동(현 仁寺洞)에 세웠는데,
1912年 10月에 水門洞 普光學校 자리로 移轉하여 京城府의 認可를 얻어 公認 醫學講習所라고 칭하였다. 修業年限은 3年이고, 敎科目은 東醫科目을 爲主로 하되 西醫의 必要한 科目도 아울러 敎授하였으며, 學生數는 每學年 30명 內外였는데, 1919년 3.1萬歲運動을 前後하여 開講 12年만에 廢所되고 말았다.
[한국한의학연구소. 한국한의학사재정립(下). 서울;한국한의학연구소, 1995:180-4.]
그 후 東西醫學硏究會(1922-1945)에서는 韓醫後進養成을 목적으로 附屬醫學講習院을 開設하였는데,
그 수업연한은 예과 2년, 본과 1년으로 야간 3시간 수업을 진행하였고,
예과에서는 {醫學入門}, 本草, {鍼灸大成}, {脈經}, 解剖, 生理, 病理, 傳染病을 주당 計18時間으로, 본과에서는 {脈經}, 運氣, 臟腑, 傷寒, 雜病, 婦小, 本草, 鍼灸, 外科, 解剖, 生理, 病理, 應急法을 주당 計18時間으로 강의하였다.
[한국한의학연구소. 한국한의학사재정립(下). 서울;한국한의학연구소, 1995:183-4.]
또한 동서의학연구회에서 주도한 京畿道立醫生講習所(1938.4.-1944.9.)는
교육기간 2년으로 그 敎育科目과 講師陣은 한의학에서 傷寒科(李承烈), 雜病科(金永勳), 脈學(朴道淑), 婦人科(金鍊煥), 小兒科(金秉夏), 鍼灸科(金鳳翼), 本草科(申佶求), 漢方總論(宋秉泰), 傳染病(李乙雨) 등이고, 西醫學의 解剖.生理.病理.診斷.藥理.衛生.法規 등은 道衛生課 職員들이 擔當하였다.
[한국한의학연구소. 한국한의학사재정립(下). 서울;한국한의학연구소, 1995:191-2.]
東洋醫藥協會에서 운영하던 東洋醫藥講習所(1940.4.-1943)는 京城皇漢醫學院(1943-1945)으로 개명하였는데, 수업연한은 2년으로 1학년은 기초과목을, 2학년은 임상의학을 이수하였으며, 교육내용은 서의학과 황한의학으로만 되어있어 정확한 파악은 어려운 실정이다.
[한국한의학연구소. 한국한의학사재정립(下). 서울;한국한의학연구소, 1995:191.]
한편, 忠南 大田에서도 成周鳳 등이 忠淸南道醫生講習所를 설립하고
10餘名의 醫生을 養成하여 충청남도 일원에 배치하였으며,
平讓과 咸興에서도 道立으로 醫生講習所를 開所하여 醫生을 養成하였다고 한다.
成周鳳이 저술한 『漢方醫學講習書』의 강습규정을 보면,
[成周鳳. 漢方醫學講習書. 大田, 泰平堂, 1935:16]
매 한 과를 삼일 동안 講習하는데, 첫날은 受學하고, 둘째날은 복습하며, 세째날은 강의문답한다. 일년 365일에 축제일, 일요일 및 하계휴가 30일, 동계휴가 20일을 합한 109일을 제하고 나면 실제 강습일은 250여일에 90과 정도가 가능하다.
이와같이 3년을 하고나면 전체 과(279과)의 강습을 마치게 된다. 졸업기한인 3년 후에 전체 과를 통합하여 다시 강습하기를 1년 후에 시험을 쳐서 1-6등 합격자에게는 졸업증서를 수여하고, 그 이하는 다시 강습하기를 1년 후에 시험을 쳐서 6등 이상 합격자를 고르고, 또다시 그 이하는 1년을 강습하여 6년을 지나고 나면 모두 졸업증서를 수여하였다.
1권 陰陽五行·五運六氣·臟腑經絡·診病, 2·3권 傷寒·溫病, 4권 內科雜病·五官科, 5권 外科·婦人科·小兒科, 6권 本草로 구성된 1권 279과의 책을 1주일에 2개과씩 익히고 능력에 따라 다시 1-3회 반복시켜 졸업케 하는 시스템으로 침구나 양방에 대한 내용은 없다.
『東醫寶鑑』의 요약본이라고 할 1권의 책을 계속 반복해서 완전히 숙지케 하는 이런 체계는 도제교육의 유형을 단체교육에 도입한 예라고 하겠다. 자세한 교육수준이나 실습의 내용, 이수한 사람들의 숫자와 이후 활동을 알 수는 없으나, 당시 한의학교육의 내용과 수준을 가늠케 하는 척도라고 할 수 있다.
일제 치하에서 이루어진 선인들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20세기 전반기는 한국 한의학에 있어 \'단절의 역사\'라고 해야할 것이다. 사회적 혼란과 중의학폐기기도가 있었다고 하나 비교적 끊임없는 발전을 할 수 있었던 중국에 비해, 1913년에 \'醫生\'으로 격하된 한의계는 전통을 말살하려는 일제와 한의학을 배안시하는 양의학에 맞선 이중고 속에 선생은 사라져 갔고 학생들이 모일 합법적인 공간은 턱없이 부족하였다.
1944년 전국 醫生의 규모는 3235명(限地醫生 包含)이었다고 하는데,
그 대부분은 사사나 독학에 의해 한의학을 익힌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물론 사사나 독학으로 익힌 한의학도 개인적으로는 상당한 수준에 다다른 인재도 있을 수 있고, 개인적으로 시술하는데는 무리가 없을 수도 있으나, 청대의 성과를 흡수하거나, 단체교육으로의 변모를 꾀하거나, 양의학과 어떻게 만나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것은 난망한 일이었을 것이다.
더우기 『方藥合編』(黃度淵, 1884), 『東醫壽世保元』(李濟馬, 1901), \'扶陽論\'(李圭晙, 『醫鑑重磨』, 『黃帝內經素問節要』, 『本草上中下』)으로 대표되는 조선말 한의학의 성과들이 제대로 계승될 토양을 잃었으며, 가르칠 선생도 배울 학생도 없는 상황에서 발전은 커녕 생존 자체가 힘들었던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강습소 출신 한의사들에 의해 훗날 현대 한의학의 틀이 잡힐 수 있었다는 점이다.
광복 후 미군정하에서 몇몇 유지들에 의해 1946년 동양의학전문학원, 1948년 4년제 동양대학관(4년) 등의 교육기관이 설립되었으나, 공식적인 교육기관이나 면허제도는 존재하지 못하였다.
1951년 피난수도 부산에서 국민의료법이 제정되면서 \'한의사\'제도가 공식적으로 부활하여 1952년 서울한의과대학이 설립되면서 1955년 동양의약대학으로 개칭하였다.
1961년 군사쿠데타(5.16)세력에 의해 대학정비령이 적용되면서 한의계의 유일한 교육기관인 동양의약대학이 폐교되고, 한의사제도마저 말살될 위기에 처하였으나, 1963년 한의사제도가 재부활되면서, 1964년에 6년제 동양의과대학이 설립되었다.
1965년에 동양의과대학 행림재단과 경희대학교 고황재단이 합병하여 1966년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한의학과\'로 개칭되었고, 1968년에 석사과정이 개설되어 학문적 발전의 토대가 닦이었으며, 1971년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한의학부\'로 바뀜과 동시에, \'경희의료원 부속한방병원\'이 개원하였다. 1974년 경희대학교에 박사과정이 개설되었고, 1977년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으로 승격되었다.
1973년 원불교재단인 원광대에, 1979년 조계종재단인 동국대에 한의과대학이 신설되었다. (원광의대는 81년에 동국의대는 86년에 신설되었으므로 이들 대학에서는 \'한의과대학\'으로 출발할 수 있었다.)
이후 80년대 들면서 종교재단의 영향을 받지 않는 독자적인 한의대설립 욕구를 바탕으로 한의사들이 세운 81년 \'대구한의대\'(현 경산대), 82년 \'대전대\'가 설립되었다. 뒤이어 87년 동의대, 88년 상지대, 우석대, 90년 경원대, 92년 동신대, 세명대가 설립되어 현재 한의학교육기관은 전국 11개 한의과대학이 있다.
전체적으로 조감하면 20세기 100년의 전반기 50년은 \'민족전통의학\'의 쇠퇴기였으며, 51년 \'한의사제도 부활\'과 함께 후반기 50년은 \'민족의학의 부흥기\'라고 할 수 있다.
후반기 50년은 15년 단위로 세분화할 수 있는데,
(이는 필자 개인의 생각입니다.)
51-65년은 아직 학문적인 기틀이나 제도적인 완성이 이루어지지 못하여 정식 대학 출신자가 아닌 독학자도 \'면허취득\'이 가능하였고, 서적을 중심으로 교육이 이루어졌다.
66-80년... 대학교육으로 체계화되면서 경희대, 원광대, 동국대 등에서 학문적인 연구가 본격화되었으며, 한방병원, 진료과의 분화가 이루어졌고, 대만이나 일본 한의학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81-95년... 신생 한의과대학이 다수 생겨나면서 실질적인 \'한의학부흥기\'를 맞이하였고, 87년 한방의료보험의 실시, 80년대 초부터 시작된 중국의 개방으로 잘 정리된 중의학성과의 유입되므로서 한의학의 진일보가 이루어졌다.
불행하게도 이 시기의 마지막(93년-)에는 \'한약도 약이가?\'하던 사람들이 \'한약도 약이다!\'를 외치며, 93년 정권교체기를 틈타 \'재래식 한약장은 옻칠을 한 것이고, 요즘 한약장은 니스칠을 한 것이다\'는 해괴한 논리를 내세우는 바람에 한의학교육의 일시적인 단절을 야기하였다.
96년-현재는 알다시피 \'한약학과\'가 신설되어 \'한약\'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인력이 양성되고 있으며, 한의계에는 \'한의학의 세계화\'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는 한편으로 \'한의학이론의 천착\'을 위한 노력(소문학회, 형상의학회, 8체질의학, 사상체질의학), 여러 치료기법의 개발(추나,기공, 약침, 첩대, TP)과 현대적인 장비의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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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가정은 없지만...
일제 강점기가 없었더라면, 그리하여 30-40년대 \'한의학부흥논쟁\'과 같은 민족내부적인 조율을 통해 주체적인 시각으로 양의학을 받아들이고 한의학과의 융화를 꾀해 갔더라면...
일제 강점기가 끝나고, 경성의학전문학교나 경성제국대학 의학부(1926-1945) 또는 세브란스의학전문학교 출신의 양의사들에게 \'한의학에 대한 일말의 가치\'가 인식되었더라면... 아님 약사들에게라도 \'한약\'에 대한 조금의 돌아봄이 있었더라도...
\'한의사\'제도는 탄생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어쩌면 그렇게 무시당했기에 독자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그런 역설의 역사였습니다.
자랑스러움과 부끄러움을 떠나 정확하게 아는 것이 한의학 발전의 밑거름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한의대생과 한의학을 지망하는 분들에게 현재의 한의학을 이해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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