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 22세의 젊은 남자가 진찰실에 찾아왔다. 육군사관학교에 재학 중인 패기 넘치는 나이였다. 보호자에게 물어보니 위암이 복강과 간까지 퍼져 수술도 불가능하며 길어야 6개월이라는 시한부 판정을 받은 환자라고 했다. 의사가 시한부 진단을 내리는 것은 100% 맞는 것을 전제로 한다.

완치될 확률이 1%라도 있다면 시한부 진단을 내리지 않는다. 왜냐하면 살 확률이 다소라도 있다면 확률은 적지만 살 수 있다고 고지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소설 『마지막 잎새』의 주인공이 살아남음을 전제로 한다면 이미 그것은 비극을 전제로 하는 작품이 되지 못한다. 현실은 소설보다 더 정확한 과학이다.

그래서 대충 시한부 진단을 내릴 수는 없는 일이다.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는 것은 100% 맞는 진리인 것처럼 주요 장기에 전이가 진행된 말기암의 경우는 거의 100% 사망하는 것이 통계적 진리다. 사망할 때까지의 시간은 다소 차이가 있을지 모르지만 너무나 정확한 결과를 가져오기에 의학적 사망을 선고하는 것이다.

간혹 이 의학적 진단을 벗어나는 경우를 기적이라고 하지만 자연과학에서의 기적은 10만 분의 1 이하 확률을 의미하기에 기적을 바라는 것은 인간의 나약함 내지 무력함을 나타내는 것 외에는 다른 의미부여를 하기 곤란하다. 차라리 오진이었을 확률이 높을 것이다. 전이암의 오진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이기에 증상이 시작된 말기암의 치사율은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100%다.

이러한 의학적 한계 상황에서 얼마 전 우리 곁을 떠난 배우 장진영은 차선의 최선으로 주류의학의 한계선언을 듣고 대체의학적 치료를 일부 선택한 것으로 안다. 다소 호전을 보였지만 끝내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말았다. 위암의 경우 기존 의학의 한계를 고려할 때 대체의학 내지 보완의학이 정확한 효과를 보이는 경우 잔존 수명이 2~5배 이상 늘어난다.

때로 기적적 확률 이상의 유의성을 보이며 완치되는 경우도 있다. 어머니와 함께 찾아온 25세의 어느 말기 췌장암 환자의 보호자는 환자가 잠시 나간 사이 병원에서 2개월밖에 살지 못한다고 했다며 어쨌든 살려 달라고 애원했다.

최선을 다해 보겠다고 이야기하면서 면역약침을 놓고 쑥뜸을 뜨고 암성 독소를 체외로 해독 배출하는 치료를 하기 시작한 지 3개월 만에 췌장암이 모두 사라지는 기적적 치료상황이 발생했다. 기존 병원에서는 말기암이 나았다는 표현을 하지 않고 처음부터 오진이었다고 보호자에게 설명했다. 나는 그냥 씩 웃고 말았다.

종종 살아나는 말기암 환자들을 보았던 것을 근거로 앞의 육군사관학교에 다니는 환자에게 우리의 경험을 이야기해주며 몇 달만 치료해보자고 했지만 환자는 치료를 거부했다. 왜 그러느냐고 했더니 보완의학 내지는 한의학적 치료를 하면 그나마 보장받은 6개월도 살지 못할 수 있기에 그냥 확정적 치료를 받고 말겠다는 것이었다.

이는 어쩌면 과학적 사고 일수도 있다. 하지만 의학이 발달한 미국에서도 해마다 말기암으로 56만 명이 사망하기에 이런 환자를 대상으로 대체의학적 시도가 상당히 활발히 진행 중이다. 최근 정통한의학의 말기암 연구는 상당히 근거 있고 책임성 있게 시도되고 있다. 고 장진영이 이런 좀 더 진일보한 첨단 한방치료를 믿고 받았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고난을 극복해 가는 삶은 더 가치 있어 보이게 마련이다. 그래서 말기암 환자들이 끝까지 최선을 다해 현실을 극복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이런 태도는 병의 치료는 물론 직장생활 그 자체에도 필요한 덕목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