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님, 오랜만입니다. 국시 보셨나 보군요.. 물론 잘 보셨겠죠?

닉을 이젠 의사선생님으로 바꾸셔야 하지 않을까요? ㅋ

 

1. 양방 쪽은 어떠한가?
님께서 질문하신 한의학쪽의 레지던트가 요구되는 사항이 사회적 요구인지, 아니면 내부적 필요 때문인지는 둘 다입니다..

의사쪽과 비슷한 상황이죠..

의사측에서 그와 같은 제도가 생기기 시작했을 때, 역시 사회적 요구와 내부적 필요성이 결합되었기 때문에 발명된 것과 마찬가지로요.. 일본에서 학생운동이 격화되었던 60~70년대에 도제식으로 확대개편되려던 수련과정(일본에 전문의는 없는 걸로 압니다만, 자료를 본지 하도 오래되어서 정확한 지는 모르겠군요.)에 대하여 엄청난 비판을 전공투(학생운동권임다)쪽에서 해댔답니다.

의사쪽에서 현재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그런 과정 자체가 자연스럽게 존재하는 것만은 아니란 걸 방증해주는 자료죠.. 수많은 정치적 고려와 경제적 계산 속에서 (강제력을 통해) 확립된 사회적 구성물일 뿐이지, 원래 그렇게 존재해야만 하는 건 아니죠, 아무리 그게 지금 자연스러운 것처럼 보인다 하더라도 말예요.

의대생님께서는 이제 인턴 되시기 전에 서양의학의 숨겨진 실제 역사(제도사적인 영역 말입니다)에 대해서도 비판적으로 고민해보시는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님께서 한의학의 사회적 구성에 대해서 관심 보이시는 것만큼을 님께서 속한 영역에도 기울이셨으면 하는 게 제 바램이구요.. 문제의식이 있어야 개혁을 하려고 노력하는 법이죠. 교보 가셔서 이쪽 영역 책들을 쭈욱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다.. 무지 많아요...

 

그리고 의사쪽에서도 보이는 수련과정 및 전문의 위주 씨스템의 문제는.. 의사들 자체가 인식하고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제 친척이 70년대학번으로 전문의 따는 과정이 현재보다 1년 적을 때 전문의를 땄거든요? 그 친척이 전문의 따고 좀 있다가 갑자기 1년 더 늘어나데요? 과연 제  친척은 1년 더 수련받고 전문의 딴 사람보다 실력이 떨어지는 건지요? 무슨 필연적 이유가 있어서 그렇게 기간을 늘린 거라면 그 기간 이전에 전문의를 딴 사람들은 뭔가 결격 사유가 있는 걸로 봐도 되지 않을까요?

그리고 그 친척분한테 대부분 의사들이 로컬에 나가서 하는 행동은 거의 대부분의 의사자격증 취득자들이 전문의 보드를 따기 위해서 병원에 들어가는 것이 불필요할 정도의 단순작업이라고 들었습니다. 1차 의료를 담당하게 되는 로컬에서는 자기 의원에서 커버할 수 있는 영역을 넘어서는 데 대해서는 깨끗하게 트렌스하면 되는 일이라고 말하더라구요.. 그럼 왜 그렇게들 전문의를 따느냐 물었더니 그땐 그래야만 하는 줄 알고 있으니 그랬던 거 같다고 말하더라구요... 지금 생각해보면 아닌데라면서...

물론 트렌스퍼할 대상을 가려내는 게 쉬운 일은 아니고, 그걸 하기 위해서 엄청난 수련을 해야만 한다고 말하는 분도 계시지만, 경제학적 원리에 의하면 그건 재화의 불필요한 낭비에 들어갈 겁니다.

말이 매우 길었는데, 전문수련과정 자체는 '상황에 따라서' 필요한 일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양방쪽이나 한방쪽이나 똑같이 해당되는 일입니다. 한의학에 대해서 던지셨던 질문과 의문을 양방에 대해서도 던져보시길..

제가 자유게시판 276번으로 써놓은 내용을 한 번 읽어보시길 권해드리기도 하구요.

 

이제 제가 의대생님께 드리고 싶은 질문은, 그렇게 많은 의사가 전문의 과정을 이수하는 것이 과연 필요한 일인가? 로컬에 나와 있는 수많은 전문의들이 배출되고 있는 것이, 개별 의사 개개인의 로컬에서의 생존을 꾀하기 위해 사회적 자원의 불필요한 낭비를 통해 이루어지는 일은 아닌가? 의학내적 논리 말고, 사회적 차원에서의 '의료"의 관점에서 말입니다.

 

 

2. 한의학의 특수분과들
특수분야 같은 경우는 과거로부터도 독립된 영역으로 한의학 안에 존재했던 것이기도 하구요.. 전문수련과정 자체가 존재할 수 있고 존재해왔단 사실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특수분과가 있다고 해서 그것이 전문의제도로 담지되어야만 하는가에 대해서는 전혀 아니올시다라고 말씀드릴 수 있네요. 여기서 다시 한 번 의학에 대한 사회적 구성의 개입이 들어가는 것입니다.

일본은 자기가 내걸면 뭐뭐 전문이라고 내걸 수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전문의 제도 자체가 없다는 거죠. (몇 년 전에 그런 제도에 대해 논의를 한다나 하는 얘기를 읽긴 했었지만..) 특정 분야에 대해 유명한 의사 밑에서 장기간, 아주 장기간의 도제식 수련을 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즉 어떤 특정 욕구가 특정 제도로 현실화되는 것은 당근 사회적 요구와 내부적 필요의 정치-경제적 역학관계에 의해서입니다.

 

3. 세분화된 치료와 전인적 치료사이의 모순?

이런 질문을 하시는 분들께는, 당신이 생각하는 전인적 치료가 뭐냐고 물어봅니다. 그리고 세분화된 치료가 뭐냐구도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의학적 치료가 뭐냐고 물어봅니다.

부디 제게 답을 좀 해주시죠.

 

하지만, 의대생님의 답변을 듣기 전에 전 제 나름대로 예를 들어서 설명드리겠습니다.

 

한방에서 귀를 고치는 과정을 보죠.

귀가 울리는 것 때문에 한의원에 온 환자가 있습니다.

갑자기 머리가 터질 것 같고 눈이 충혈되며 귀가 울리고 입이 쓰며 맥이 현맥이다..

한의사 같으면 정신적 충격 같은 경우부터 체크하게 될 것입니다. 즉 치료에 있어서 정신과적인 영역에서 접근하게 되는 것이죠..

분명히 현재의 의료시스템은 양방적 분과체계에 의해 굴러가고 있고 한의원에 오시는 환자 역시 그 인지체계 속에서 판단을 내리게 되죠. 그렇기 때문에 한방이비인후과로 오게 되는 겁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치료에 들어가는 과정은 내과적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한의사는 기본적으로 일반의의 소양을 갖추고 있고, 특정 임상영역에서 쌓여진 임상경험 및 특정분과에서 사용되는 특수한 지식들이 일반의적인 소양과 결부되어 나타나는 것이죠..

 

의대생님께서 질문하신 내용에 대해, 전 전혀 문제가 없다고 보는데요, 아니었던가요?

 

활발하고도 재밌는 토론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