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허증 인증을 안해서 닉에 색깔은 없지만 임상4년차 한의사 입니다.

 

한의사까페에서 고대경영이랑 한의대랑 비교한다는 글 읽고 몇년만에 한의대닷컴에 들어와봤습니다.

 

옛날보다 한의대 입시컷이 많이 낮아졌네요. 저 들어올때만해도 같은 지역의 의대보다 비교도 안될정도로 입학점수가 높았는데.. ㅎㅎ 뭐 그거야 옛날 이야기고요.. ^^

 

입시철에 수험생분들은 고민이 많을 겁니다. 한의사 전망이 어둡다더라 부터.. 실제 컷이 어떻게 될까까지..

 

입시점수란 미래가치의 반영이므로 최소 10년후를 봐야합니다. 하지만 10년후에 어떤 직종이 각광받을지는 아무도 모르죠. 예를 들어 10년전의 입시 결과를 보세요. 당시엔 전국 1등은 서울대 공대, 물리학과 들어갔습니다. 우리 사촌누나가 당시에 과외했던 1살 많은 형이 수능 전국수석했는데 서울 공대간걸로 압니다. 지금 그분은 뭐하실라나 모르겠습니다...

 

한의사들의 최대호황기를 한방의료보험이 시작된 80년대 말에서 90년대 초중반으로 보는데요, 그렇다면 한의사는 80년대 초반학번분들이 경제적으로는 가장 좋았다고 볼수 있습니다. 그런데 80년대 초반의 한의대성적은 그렇게 높지는 않았죠..

 

결국 10년후의 상황은 알수가 없구요, 특히 국가정책에 의해 어마어마하게 영향을 받는 메디컬계열은 더욱 예측이 힘듭니다. 그래서 최대한 자기성향에 맞춰서 선택하는게 그나마 후회를 적게 하는 길이지요..

 

제가 공보의하면서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들을 만나보면서 느낀 걸 솔직하게 말씀드릴께요.

 

일단 자기는 조직안에서 일하는 것이 좋고 성실한것만큼은 자신있는데 외향적인 면은 좀 떨어진다 싶으면 의사 하는 것이 좋을 겁니다. 일단 의사는 90%이상이 전문의 과정을 거쳐야하기때문에 입학부터 조직생활이라 봐야합니다. 너무 튀고 그러면 좋지 않죠.. 솔직히 의대는 공부량도 많고 전문의과정이 거의 필수이지만 전문의만 따면 페이자리가 비교적 많아서 안정적으로 갑니다. 즉 개원도 가능하지만 페이닥터 자리가 많습니다. 사실 요즘은 개원은 잘 안하려고 하는게 추세라고 하더라구요.

 

한의사, 치과의사는 비슷한면이 있는데 결국 개원이 답이란 겁니다. 평생 페이할 자리도 잘 없고, 페이자리 자체도 개원준비하는 일종의 경험쌓기로 생각합니다. 일단 개원하면 로컬의 개원의는 의사면허를 가진 CEO입니다. 의사로서의 역량만큼이나(솔직히 더 중요) 경영마인드가 필요합니다. 밑의 직원들 관리하고 거래업체랑 잘 지내고 관할 보건소랑 잘 지내고 무엇보다 환자와의 관계를 잘 구축하는게 중요하죠. 그래서 인간관계가 좋고 무엇보다 사람만나는걸 좋아하고 사람자체를 좋아하는 친구들이 성공하더라구요. 소위 말하는 대박이나서 나이 서른도 안되 벤츠, 아우디 타고 다니는 동기들도 심심치 않구요. 물론 무리하게 개원해서 빚에 허덕이는 경우도 있고 그렇습니다.

 

치과와의 차이는 치과는 매출규모는 한의원보다 큰 경우가 많지만 개원비용이 상당히 크고 매월 고정적으로 나가는 비용이 커서 리스크가 상당하죠. 특히 치과의 비보험 시장은 인터넷의 발달로 정보교류가 커지다보니 잘하는 곳으로 환자가 몰려 부익부 빈익빈도 심하다고 하네요..

 

또 하나 메디컬계열의 장점은(저는 거의 특혜라 봅니다) 군복무를 공중보건의로 갈 수 있다는 점이죠. 저도 공보의 하고 나왔는데 하정우 나오는 영화 "용서받지 못한자"를 공보의 관사에서 보며 ㅎㄷㄷ 했던 기억이 납니다. 난 군대가면 우울증 걸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개인적으로 공보의는 군면제보다 좋다고 생각합니다. ㅎㅎㅎ

 

글써놓고 보니 의사로서의 사명감 이런거 보다 군대빠지는거 돈버는거 밖에 없어서 너무 속물적인거 같긴 한데요.. 뭐 이런글도 한번 봐두시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는 마음입니다. 거기다 한의대 점수가 많이 낮아져서 의, 치, 한 중에 고민하는 분들도 많지는 않을거라 생각도 들긴 하네요..

점수가 안되서 메디컬중에 한의대 오시는 분도 있을 거 같기도 하구요..(우리땐 점수 안되서 의대 치대가고 그랬는데 ㅎㅎ10년후에는 또 모르는 거고요..)

 

한의학이란 학문자체는 정말 재밌습니다. 동양사상이 현실과 접목되는 거의 유일한 학문이라 성향이 맞는 분은 정말 정신없이 재밌게 공부할수 있습니다. 그런분들은 또 인간관계 안좋아도 대박나시는 분들이 많더라구요ㅋㅋ

 

수험생 여러분 지금 고민하는 시간이 일생을 좌우할 중요한 시간이란걸 실감은 잘 못하실텐데요. 10년 정도 지나고 보면 절감하실겁니다. 부디 후회없는 선택하시구, 일단 선택하시고 열정적으로 공부하시면 성공합니다. 인터넷으로 얻는 정보는 너무나 편향된 정보들이 많지요. 약간 돌아이 처럼 보일지라도 보건소라도 가서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선생님들 직접만나고 이야기해보세요. (평생직업 결정할 건데 이정도 노력은 스스로에게 해야죠) 잘 이야기해 주실겁니다. 후배가 될지도 모르는 학생인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