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obile hanidae.com
|
|
작성일 : 01-08-03 21:29
|
의료 일원화 논쟁의 관점찾기 - (3) 무엇이 문제인가?
|
|
 조회 : 12,264  추천 : 27  비추천 : 0
|
의료 일원화 논쟁의 관점찾기 - (3) 무엇이 문제인가?
- 최종덕 교수님 (상지대,자연철학)
(3) 의료일원화, 무엇이 문제인가?
앞에서 보듯 양방 쪽 주장의 핵심은 의료복지의 수혜 확대와 과학주의의 보편성이라는 입장에 있다. 그리고 한방 쪽 주장의 핵심은 인간 중심주의 의료의 중요성과 민족의학의 고유성이라는 입장에 있다. 이러한 주장을 꼼꼼하게 분석해보면 다음과 같은 결론에 이른다.
먼저 양방 쪽에서 주장하는 의료복지의 수혜확대와 한방 쪽에서 주장하는 인간 중심주의 의료의 중요성은 양쪽 모두 의료소비자의 입장을 우선하는 기준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 방법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 의료소비자인 환자의 입장에서 볼 때 양방 쪽의 주장은 물질적인 실리를 제공하며, 한방 쪽의 주장은 정신적인 보상감을 제공한다고 한다고 말한다.
이런 점에서 양한방 모두는 일원화 논쟁 이전에 심각한 자기 반성이 있어야 한다. 즉 위의 논리대로라면 지금까지의 양방진료는 정신적 위안감을 주지 못했고 단지 기계적인 진단과 획일적인 처방만이 있었다는 점이다. 또한 지금까지의 한방진료 역시 의료비의 경제적인 부담을 씌워서 빈부의 위화감을 조성하는데 한 몫을 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또한 현실에서도 그러한 점이 많았다. 이 점에 대하여 모든 양한방 의사들 전체를 비난하는 것은 결코 옳지 못하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대부분의 국민들이 갖는 의사들에 대한 불신감은 하루 이틀에 생긴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나 환자 혹은 보호자가 양한방 의사들에 대한 불신감과 불만을 의사개인에게 혹은 병원에 직접 토로하는 일은 아주 드물다. 왜냐하면 그러한 항변은 환자의 직접적인 자기피해로 올 수 있다는 국민 개인의 피해의식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환자 혹은 잠재 환자를 포함한 일반인들의 누적된 불만은 의사 개인이라기 보다는 의사 일반 혹은 병원에 대한 불신감으로 극대화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는 공공요금 인상에 대하여 좋지 않은 기억을 많이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버스요금 인상 때마다 버스 회사들은 적자 운영타결과 서비스 개선조치라는 전제를 반드시 들고 요금인상의 당위성을 말했다. 국민들은 이번에도 역시 하면서 그래도 다시 믿어보자는 양해를 주고 요금이 인상되었지만 서비스 개선은커녕 업자들의 돈 빼돌리기가 들통나고 구속되는 사례까지 일어났었다. 이제는 요금인상이 되어야 서비스 질이 개선될 수 있다는 말을 어느 누구도 믿지 않게 되었다.
의료 일원화와 공공요금 인상 문제를 직접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문제는 어는 것이 먼저이고 어느 것이 나중에 이뤄지는가에 대한 사태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은 우리 사회가 보여 준 타성과 관습과 긴밀하게 연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의료 일원화의 문제도 그렇게 되지 않을 까하는 우려가 있다. 의료 일원화가 먼저 되어야 의료소비자의 혜택이 늘어 날 것이라는 주장이나 현재 체제로 하되 몇몇 제도적 개선이 따라야 의료 개선이 있을 것이라는 \'선 제도변화, 후 개선조치\'라는 논리는 이제 국민들에게 설득력이 없다.
이러한 문제는 사실 의료 일원화 논쟁에 국한 된 것은 아니다. 최근 심각하게 전개되고 있는 의약분업 사태나 한약분쟁 사태에 더 어울리는 문제라고 본다. 솔직하게 말해서 의약분업 문제나 한약분쟁 문제는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고 강변하지만, 그 강변의 정도가 크면 클수록 밥그릇 싸움이라는 함정에 빠지는 듯한 인상을 준다. 그것에 비하여 의료 일원화 논쟁은 최소한 그런 싸움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 일원화에 앞서 이뤄져야 할 상호간의 의식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
먼저 양한방 의사들의 엘리트 의식을 과감하게 버리는 일이다. 의사들 중에서 특히 양방의사들 중에서 10년이라는 오랜 시간에 걸쳐 투자한 교육기간에 따른 유무형 기대수익을 강조한 나머지, 현재의 만족스럽지 못한 수익 혹은 제도적 변화 후에 올 예상되는 격감수익에 대한 불만을 무반성적으로 그리고 너무 쉽게 말하곤 한다. 그런 경제논리의 논법이라면 인문사회과학자들은 20년 이상을 투자하고도 기대수익에 대한 작은 미련마저도 가질 수 없는 그들의 현실과 어떻게 비교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양방 쪽에서 이원화된 진료체계의 피폐성을 문제 삼는 또 다른 논거는 이원화된 진료체계에서는 환자들로 하여금 판단의 혼란을 준다는 점이다. 이 문제는 분명한 사실이다. 한방에서 다루기 어려운 질병 환자가 한방과 양방을 오가면서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양한방 분리체계 때문에 생기는 것만은 아니다. 같은 양방 병원에서조차도 진료과 사이의 협진이 안되어 이중 수가가 오르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병원을 옮길 때 생기는 중복 진료와 그에 따른 진료비 부담의 문제는 더 이상 말을 안 해도 모든 환자가 호소하는 고충이다. 결국 이 문제는 의사와 의사, (양한방)병원과 (양한방)병원, 한의사와 양의사 사이의 마음을 터놓는 개방적인 협진의 자세로부터 풀어질 문제다. 물론 이 문제는 양한방 의사 개인에 문제로 국한되는 것은 아니고 보험제도의 획기적인 개선이 따라야 할 것이다.
한방의사들 역시 엘리트 의식은 대단하다.
한의과 대학 입학생의 자질이나 급속하게 올라간 한의과 대학의 입학시험 성적만큼이나 한방의사들의 잘못된 엘리트 의식은 전통과 민족의학이라는 이름을 너무 쉽게 도용하고 있다. 겉으로는 동양의학이라는 학문과 한방진료라는 임상의료 사이의 철학적 연관성을 말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비방의 처방전 모으기와 보약수가 올리기에 전념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 그리고 한방의료가 인간 중심주의 질병관을 갖기 때문에 환자들을 보다 친화력을 갖고 대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대단히 잘못된 차별주의의 산물일 뿐이다. 인간 중심적이고 환자친화적인 성격은 한방의료만의 특성이 아니라, 동서양 할 것 없이 의사들이 가져야 할 기본적인 책무이기 때문이다.
한방 쪽에서 민족의학으로서의 한의학을 강변하고 있지만 과연 민족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얼마나 하고 있는지 확실하지 않다. 의학적 국수주의 혹은 의료적 편협주의를 배제하는 보편성의 마음이 있어야 민족의학의 정립이 가능하리라는 점은 한방 쪽도 인정하고 있다. 그러기 위하여 한의학도 이제는 민족의학의 범주에서 세계의학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를 위하여 한의학은 서양과 동양 사이에서 종합과 차별의 변증법적 이해에 다다라야 한다.
동양의학이 갖는 철학적 사유와 자연관은 처방전에만 현시되는 것이 아니라 의사 자신의 삶의 응결로 나타나야 하며 의사와 환자가 속한 사회의 역사적 고민을 함께 풀려는 적극적 태도로 승화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점은 이미 내경의 기본 사유구조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양한방 양쪽의 문제를 지적하였다. 그리고 의학은 의료의 문제를 떠나서는 공허하기 때문에 의료중심에서 본 환자와 의사의 사회적 관계가 매우 중요하다. 결국 양한방 의료체계의 장단점과 차이를 강조하기 이전에 환자를 대하는 의사의 일반적인 의식의 전환이 요청된다.
그리고 양방 쪽에서 주장하는 의료복지의 수혜 확대 논거와 한방 쪽에서 주장하는 인간 중심주의 의료의 중요성의 논거는 의료 일원화를 위한 논법의 본질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앞에서 말한 두 사람의 싸움을 다시 예로 들어보자. 그 싸움은 문제가 아닌 것을 문제삼아 싸우는 경우이다. 우리가 문제풀이의 과제 앞에 부딪쳤을 때 처음부터 문제가 될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면, 당연히 그 문제를 영원히 풀 수 없다.
우리는 문제풀이에 앞서 그 문제가 진짜 문제가 되는 것인지를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그래서 아예 문제가 될 수 없었던 것을 버릴 수 있는 시각이 있다면 바로 문제풀이의 반은 해소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진짜 문제풀이의 과제로 들어가야 한다. 그것은 바로 양방 쪽에서 주장하는 과학주의의 보편성과 한방 쪽에서 주장하는 동양의학의 고유성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을 전제해야 한다.
(이에 대한 도표를 보면 우리가 풀어야 할 문제를 알 수 있다. )
|
|
|
|
Total 49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