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제 소개부터 하지요. 저는 8년 정도 전에 EBS에서 하는 김홍경 한의사님의 특강을 보고 그 때부터 평생 한의학을 위해 헌신하리라는 목표를 세운 사람입니다. 지금은 원광대 편입준비하고 있구요. 시험과목에 한의학은 포함안되지만 관심이 많아 한의학총강(나창수 외 공저, 의성당)에 있는 내용은 그런대로 섭렵하였고 계축문화사에서 나온 중의학 개론을 읽은 정도의 수준임을 알려드립니다. 또한 한의학을 제 목숨만큼 사랑하는 사람임을 밝힙니다. 또한, 님이 말씀하신 '이땅에 한의학은 없다'는 책도 이미 예전에 읽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다른 한의학도분들은 어디까지나 한의학을 아직 전공하지 않은 '일반인'의 수준으로 쓴 글임을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저도 예전엔 님과 같은 질문을 해보고 싶어 안달난 적도 있었고 실제 질문했다가 '융단폭격'을 받은 적도 있습니다.^^; 다만, 이제 시간이 좀 지나고 고민을 하고 책도 좀 읽어보고 하니 이해가 되는 면이 하나둘씩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아는 중의사분도 좀 있고 실제 중의사분한테 비공식적으로 강의를 들어보기도 했는데...맞습니다. 님 말씀대로 많은 중의사분들이 한국 한의학 좀 이상하다, 너무 뜬구름 잡는 소리만 한다 는 비판을 많이 합니다. 그런데, 그건 비유하자면 퍼즐조각이 아닌가 싶습니다. 중국은 국가적으로 중의학의 체계를 세우기 위해 반세기가량을 퍼즐조각 맞추기에 혈안이 되었죠. 반면 솔직히 말하면 한의학은 그런 노력은 약간 부족함이 없지 않았나 하는 안타까움은 듭니다. 하지만 중요한건 그 퍼즐조각 자체가 잘못된건 아니라는 겁니다. 중국은 학교에서 그 퍼즐조각 맞추는 법을 체계적으로 가르쳐주는데 반해, 한국은 맞추는 걸 약간 개인의 능력에 의지하게끔 하는 정도의 수준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래서, 중의사는 학교공부 열심히 하면 실력이 어느정도 비슷비슷한데 반해, 한국은 학교공부 열심해 해도 개인의 편차가 좀 크지 않나 싶습니다.
참고로, 손영기 한의사님이 쓰신 '한의학 어떻게 할것인가'라는 책을 권합니다. 그 책에서 글쓴이는 한의사들이 '觀'을 세울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역설적으로 말하면 그 관을 학교에서 일목요연하게 세워주는 걸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이에 반해 중의대는 그게 어느정도 자리를 잡았다는 얘기겠죠.
하지만 다시한번 강조하건대, 퍼즐 자체가 잘못된건 아니라는 겁니다.
음,,,일반인인 제가 관련된 걸 하나 대자면(틀리면 어쩌죠?ㅋㅋ) '心이 神을 주관한다'는 말이 어느 한의학개론책에도 다 나와있는대요. 이걸 중의학개론책에는 心이 神을 주관한다는 말을 대뇌피질의 기능활동을 주관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입니다. 일반인이 보기엔 참 명확하죠.^^ 하지만, 한국 한의대는 예과에서 이런 식으로 설명하지는 않을 듯 합니다. (왜이렇게 민망한지 모르겠네요.^^)
이런 면에서는 학이 중의학보다 떨어지는 면이 있다는걸 저도 부정하고 싶지는 않네요. 심지어 민족의학신문(한의신문이던가??)에 정기적으로 칼럼을 쓰신 경희대 한의대 교수님인 박찬국 교수님(얼마전 고인이 되심)께서도 '한의학이 중의학보다 떨어진다는 걸 인정할건 인정하자'고 하셨으니까요.(검색해보시면 나옵니다) 하지만, 저는 이걸 한의학 자체가 중의학보다 정말 근본적으로 떨어진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한의학의 체계를 잡는 게 아직까진 많은 부분이 학생들의 몫으로 남겨져 있을 뿐이라는 거겠죠. 그래서, 맨날 전국 한의대교수님들 모여서 '커리큘럼 재편성하자','전문의제도 손질하자'고 하는거 아니겠습니까?
개인적으로 생각하건대, 한의학은 학교 커리큘럼만 고대로 따라가서 학점 4.5 만점 받는다고 해서 좋은 한의사나 나오는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얼마나 인간에 대해 고민했냐에 따라 갈린다고 봅니다. 많은 고등학생들이 지금까지 받아먹는 지식에 많이 길들여져 있기 때문에 대학 와서 교수님이 가르쳐주는 대로 했는데 왜 '그대로 적용이 안되냐'고 따지는건 무리는 아니겠죠.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한의학은 매순간매순간 하나하나 따지고 혼자서 고민해야 하는 학문인걸요.
그래서 제 느낌인데, 점수 맞춰서 그냥 한의대 와서 대충 학교수업만 열심히 듣고 생각 안하는 학생은 임상에서 크게 드러나지 않을거 같습니다. 반면, 교수님이 A는 B라고 얘기해도 '왜 B일까 C는 안될까 B로 갈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이유는 뭘까'를 항상 고민하는 학생은 언젠가 스스로의 가지와 줄기를 쳐서 언젠가 빛을 보리라 생각합니다. 졸업하고 인턴 지원하는 학생 아니고서야 어디 기업에 취업할 것도 아닌데 학점관리 그렇게 열심히 해서 무엇에 그렇게 크게 빛을 볼까요? 중요한건 이렇게 해서 환자를 고칠 수 있느냐가 아닐까요?
그리고, 님께서 인용하신 '이땅에 한의학은 없다'라는 책은 일견 수긍가는 부분도 있지만, 한의학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무턱대고 비난만 한다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습니다. 특히, 동의보감에 대해서 무조건 중국책만 베꼈다고 주장하는데, 너무 얕은 생각으로 보입니다. 옛날에는 무슨 책을 쓰던지 저명한 사람들의 말을 인용하는게 rule이자 상식이었습니다. 중요한건 자기가 생각하는 부분을 드러내기 위해 어떤 말을 인용하느냐에 달린 것입니다. 거기에서 허준 선생님의 '觀'도 함께 러나는 것이죠. 거기에 한국 한의학의 정신이 베어있는 것이구요.
님께서 진정 한의학에 관심을 있으시다면 직접 한의대에 오시길 추천합니다.(제가 꼭 한의대생 같네요.ㅋㅋ) 퍼즐조각은 준비되어 있으니 그 조각을 맞출 정도의 관심과 의지만 있다면 님은 꼭 성공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님께서 여기서 흥분하시는거나, 이글에 댓글 다시면서 흥분하시는 분들이나 모두 다 한의학에 대한 사랑이 있고 안타까운 마음에 그러셨을 줄로 압니다. 특히, '한까'로 불리는 글들 보고 일단 짜증부터 밀려오는 한의학도분들도 이해가 됩니다. 그 자세한 내용을 일반인에게 일일이 다 설명하기도 어렵고 맨날 같은 얘기를 반복해야 하니 입도 아프고 그렇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이런 비방성 글이 자꾸 올라오는거 자체가 우리 한의학이 풀어야 할 숙제를 보여주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완벽하면 왜 비방을 하겠습니까? 좀 답답하고 짜증나더라도 성실하게 얘기해주는게 한의학 이미지 제고나 저변확대를 위해서라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제가 봐도 글이 참 두서없고 그냥 생각하는대로 주절거렸는데, 제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건지는 이해하셨으리라 봅니다. 중요한건 여기에 계신 분들이 서로 이해하고 힘을 모아서 한의학 발전을 위해 '나사'가 되고 '톱니'가 되셔야 한다는 것 아닐까요..
P.S.제가 일반인이기 때문에 모르고 쓴 부분이 더러 있을 것으로 봅니다. 지적할 부분은 지적해주시면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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