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공학부 01학번(그당시에는 학부제로 뭉뚱그려서 뽑았죠)으로 입학해서 2학년 마치고 군대 복무 후 3학년까지 다니고 올해 수능봤습니다...
머 중간에 휴학도 좀 있었구요...
최근의 고대 공대의 추세와 현황을 가장 잘 알려드릴 수 있을 것 같네요.
한마디로 최곱니다.
우선 시설을 말씀드리자면 우리나라 공대중에서 1,2위를 다툽니다.
최근에 완성된 창의관(수업하는 건물)과 공대 지하광장의 시설등을 다른 공대 친구들와서 보면 전부 놀랍니다.
그리고 자기 학교와 비교하면서 우울증 초기증세를 보이며 돌아가더군요.
2000년 즈음에 전국에서 시설이 가장 좋은 공대는 카이스트, 포공, 그리고 그떄 즈음 완공된 경희대 수원캠퍼스였죠.
그당시 경희대에서 시설만큼은 한국 최고라고 자부했었는데요~
고대 10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 고대공대 리모델링으로 인해 현재 고대공대는 거의 호텔수준입니다.
제 말이 믿어지지 않으시는 분은 이공대 캠퍼스 지하광장 화장실과 DVD관람실, 열람실, 강의실등을 한번 가보세요.
공대 지하광장에 그랜드 피아노 가져다놓고 피아노 연주 하는 광경은 대한민국에서 고대에서 밖에 볼 수 없을 겁니다.
학교 수준도 예전보다 훨씬 높아졌습니다.
예전에는 공대 서열이 냉정하게 말해서 서울대 > 연대 > 고대 = 한양대?
혹은 한양대를 고대보다 높게 치기도 했었죠.
그렇지만 최근에 시설과 더불어 엄청난 투자와 지원으로 고대공대는 각종 대학평가에서 상당부분 1,2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연대 공대의 부진과 더불어 고대 공대의 도약은 두드러졌죠.
머...고대 출신이기에 연대의 부진에 대해 편파적인 시각이다 라고 보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학과별 대학평가와 연구진 실적등의 최근 자료를 조금만 찾아보셔도 고대가 연대를 비롯한 타 대학들을 상당히 앞서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년전 대학 학과별 평가에서 고대공대 7개 학과 중 3개가 1등이고 나머지 학과들도 대부분 상위권에 있었던 기억이 나네요.
(참고로 고대 공대에서 많이 인정받지 못하던 건축학과는 사회 환경시스템 공학과(구 토목과)와 합쳐지게 되었는데 우리나라에서 보기드문 너무나도 탁월한 시행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취업과 관련해서는 더 말할 것도 없지요.
고대 특유의 끈끈한 문화는 사회생활에 상당한 이점으로 작용해서 기업에서 선호하는 졸업생 1위는 고대입니다.
사실 그런 이점이 없다고 할지라도 SKY 공대라인에서 졸업하기 전 2년만 죽어라 공부하면 대한민국 대기업 들어가는 거 정말 쉽습니다.
굳이 SKY 라인이 아니더라도 서울에 있는 왠만한 공대생이면 취업은 전혀 어렵지 않습니다. 어떤 직장에서 어떤 일을 하느냐가 문제지요.
이런 말씀 드리긴 좀 머하지만 님이 선택하신 과는 졸업 후 몇년간은 상당한 고생이 보장되어 있다는...;;;
마지막으로 대학생활의 부분에서 역시 매우 다양한 기회가 보장되어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학생활이라는 것은 어느 곳에 있던지 자기 하기 나름인지라,
기회가 많은 서울권 대학에 다녀도 왕따처럼 다니는 애들도 있고,
지방에서 다녀도 너무 재밌게 다닐 수 있다는 것을 알아두시기 바랍니다.
어쨌든 저같은 경우는 대학다니는 동안 동아리 활동으로 정말 후회없이 즐겁고 행복한 대학시절을 누렸습니다.
제 인생에 이렇게 즐거운 시간이 있을까 싶더군요.
그렇다면 왜 이렇게 좋은 고대 공대를 놔두고 올해 수능을 봤느냐?라고 물으시겠죠?
머 당연한 얘기겠지만 적성때문입니다.
아무리 시설이 호텔이고 학교수준이 전국 1등아니라 세계 1등이고 캠퍼스의 낭만이 넘친다고 할지라도 공부가 적성에 맞아야 합니다.
저도 이렇게나 제가 좋아하고 자랑스러워하는 고대를 떠나게되는 이유는 3학년까지 아무리 열심히 공부를 해도 학과공부에 재미를 느낄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학점이야 군대 갔다오구(필수) 족보 달달 외우면 왠만큼은 다 합니다. 전 마지막학기에 장학금까지 받았습니다.
근데 졸업이 다가올수록 적성에도 맞지 않는 이짓을 평생 할 생각을 하니 도저히 더이상은 못하겠더군요.
요즘 학생들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이과를 선택하고 공대에 입학하는 동안 저의 적성과 장래에 대한 고민은 없었습니다.
그냥 주변에서 남자는 공대나와야 먹고 산다는 말에 별 생각없이 공부하고 시험보고 그랬죠...
그렇지만 이제와서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덕분에 20대의 대부분을 너무나도 즐거운 기억들로 가득 채울 수 있었으니까요. 인생의 반쪽도 고대와서 찾았으니 오히려 고맙기까지 하네요.
머 암튼 결국 결론은 학교비교, 학과비교는 아무 의미 없다는 겁니다.
서울대 법대 나와서 사시패스 하고 남들 다 부러워하는 변호사되어 평생 범죄자 뒤치닥거리하는 사람이 고졸이지만 빵먹는 거 좋아해서 제빵사 된 사람보다 그다지 행복해 보이진 않더군요.
님이 현역이시라면 저의 장문의 글이 그닥 와닿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위의 사례가 너무 극단적이라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저도 20살 땐 그랬으니까요.
적성 중요한 거 누가 모르나? 근데 해보지도 않고 적성에 맞는 지 안 맞는지 모르니까 문제지~ㅋ
기왕 그럴바에야 뽀대나는 걸루 고르자~ 머 이런 식이였죠.
하지만 쉽게 결론 내릴 수 없다는 거 알고 있지만 그래도 한번 머리 싸매고 고민 해보세요.
고대가 낫다, 원광대가 낫다 말할 수 없습니다.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죠.
님께서는 얼마 남지않은 기간일지라도 님이 정말 하고싶은 일이 무엇인지, 님의 적성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또 고민해서 님만의 판단 기준을 세우셔서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한줄요약 : 한번뿐인 인생 하고싶은 거 하면서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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