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고등학생이 하나 있다.

 

학교에서 전교 일등을 하는 아이이다.

 

그러나 이 아이는 거의 매일 새벽에 집으로 돌아온다.

 

새벽 한시까지 학원 수업이 있기 때문이다.

 

학교 수학 문제는 거의 다 맞는다.

 

그러나 실제로는, 수학적인 응용력이나 개념이 거의 전무하다.

 

유치원때부터 전과목 과외식으로 공부한 아이인데,

 

도대체 어디서 부터,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모르겠다.

 

분명 학교 시험은 거의 다 맞는데 말이다. 수학은 꽝이다.

 

그 동안 엄청난 돈을 과외에 쏟아부었고, 학교 시험은 눈깜짝할 새에 풀지만,

 

막상 조금의 응용문제만 나와도 하드에 과부하가 걸린듯,

 

바로 포기하고 프로그램 종료가 된다.

 

수식이나 수에 대한 감이 거의 없어서, 도대체 초등학교 과정이나 제대로 했는지가 의심스럽다.

 

 

초등교육은 중요하다. 수에 대한 감을 키워주는 교육은 초등학교 교육에서 끝이 난다.

 

많은 아이들이 초등학교 수학이 쉽다고 한다. 그러나 사실 초등학교 수학이 제일 쉬우면서도, 튼실하게 기초를 쌓아야 하는 부분이다.

 

넓이라는 것도, 알고보면 단위 도형의 갯수라는 사실과, 숫자들이 결합되었을때 나오는 경우의 수들은 초등학교에서 철저하게 가르쳐야 한다.

 

그러나 기실은, 그런것은 뒷전인 체, 오로지 암기식 계산과 암기식 문제풀이가 대부분이다.

 

계산도 암기로 풀고 수나 곱셈에 대한 감각 없이 처음부터 구구단 외워서 푸는 것이 한국의 수학 교육이다. 그렇게 해서 남들보다 빨리 풀고, 한문제라도 더 풀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수에 대한 감이라는 것은 학교에서 평가하는 것이 아니기에 그냥 암기로 때우면 된다. 그러다보면 학년은 올라가고 중학교에 가면 또 그런 방식으로 문제유형을 암기하고 공식을 암기 한다. 여전히 숫자에 대한 감각이나 센스는 없는 상태. 그렇게 해서 그럭저럭 고등학교에 올라가게 되면, 이제는 문제가 크게 터지는 것이다. 학교 시험은 잘 보는데, 응용문제는 하나도 풀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 응용문제라도 암기를 해야 겠기에, 엄청나게 많은 문제들을 학원에서 쥐어주고, 문제풀이 기계 훈련을 시킨다. 여전히 수학적인 감각은 전혀 없다......

 

도대체 그 사이에 숫자들의 노래, 숫자들이 부르는 음악은 어디로 사라져 버린 것일까.

 

최근에 한국 교육에 대해 걱정하며 '입시교육 강화하자' 내지는 '19단 외우자'라고 외치는 신문이 있다.

 

학부모들의 입맛에만 딱 맞는 기사만 내는 그 신문을 보며, 우리 나라가 교육에 대해 가지고 있는 평균 마인드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평범한 엄마의 과학 영재 만들기' 등, 자극적인 저 신문기사를 보며, 영재=입시 성공= 사회적 출세, 라는 등식만을 강조하는 것 같아 씁슬하기도 하다.

 

 

 

 

이러한 입시교육의 와중에, 결국 우리 아이들의 머리는, 한문제 풀고 한문제 더 맞추는,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소모적인 머리만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제대로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태스크가 주어졌을때 당황하는 모습을 보면 놀랍다. 우수한 성적을 받고 입학한 사람일 지라도, 배우지 않은것, 혹은 가르쳐주지 않은것.. 에서는 자신의 생각을 멈추고 바로 '프로그램 종료'를 한다.

 

 

시험을 잘 보는 것과 학문을 잘하는 것은 격이 다르다. 물론 학문을 잘 하는 소질을 지닌 사람이 시험도 잘 보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오로지 시험 공부만 한 사람도 결과는 똑같이 나온다.

 

 

아직 우리나라를 보면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가 너무도 미비하다. 물론 개발도상국 중에서 이정도 만큼 투자하는 나라도 드물다 하긴 하지만,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수학'은 그저 입시과목일 뿐이고, 학교 졸업하면 빨리 잊고 싶어 하는 기분나쁜 추억일 뿐이다.

 

그저 점수 하나 잘 맞으면 되는줄 아는 나라.

 

그런데 살펴보니 수학만 그런것이 아니라 많은 분야에 걸쳐서 그렇더라는 것이다.

 

4년동안 대표팀 감독을 세네번이나 갈아 치우는 나라, 당장 평가전에서 지고 오면 감독 경질하라고 소리치는 나라, 무조건 어떻게든 벼락치기로 성적만 잘 올려놓으면 그냥그냥 넘어가는 나라.

 

 

입시에서와 같이 다들 '쪽집게 선생'만을 원한다.

 

결과만 잘 나오면 되니까... 하지만 그 결과 후에는 3년 후에도, 다음 월드컵때도, 그다음 월드컵때도, 우리 국민들은 감독 갈아치우라고 열심히 댓글을 달 것이다.

 

공부나 학문은 길게 보고 가야 한다. 단기적인 공부, 당장에 쓸모있는 침법은, 의료봉사나 가서 이삼일 써먹고 끝난다.

 

최소 일년에서 이년이 필요한 기초 잡는 작업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르겠지만, 한의대 저학년부터 임상 위주로 공부하는 학생들을 볼때 황당하기만 하다.

 

 그렇게 공부하다 보면, 일년 후 이년 후 삼년후, 졸업후에도 계속 똑같이 돌 수 밖에 없다. 당장 효과 있고, 당장 쓸 수 있고, 당장 돈 벌수 있을 것 같은, 유혹은, 죄송하지만 기초가 없는 사람들에겐, 그저 꿈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