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부모님께 말씀 못드리고 있어요. 오늘 성적표 나온거요..

저는 나이가 좀 많아요. 제 친구들은 벌써 임용고시 합격해서

선생님이 되었습니다.

고등학교 다닐때 학교에서 공부잘하는 학생회 임원으로 살았던 과거를 돌이켜보면

저의 20대가 이렇게 될 줄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제가 한의대 가겠다고 하니, 선생님께선 리더쉽 특별전형으로 가라고 하셨었는데

무슨 자신감인지, '전 한의대 갈겁니다!'.....

처음 재수하겠다고 겁없이 얘기했을때도... 이렇게 길어지리라곤...

이러고 있으니 자괴감과 열등감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정도이고

괜찮다가도 극도로 우울한 날에는 혼자 공부하다가 엉엉 울고 그랬는데..

수리가 좀 위험하다..라는 생각은 있었지만 또 이렇게 될 줄이야..

수리를 못하다보니.. 공부시간의 70%정도를 수리에 다 쓰거든요.

그러다보니 언외탐은 항상 자신있었는데도 수능보면 언외 중에 하나가 꼭 미끄러져 있더라고요. 그런데 미끄러지는지도 몰라요.

6월 9월 모의고사에선 하나 틀리거나 만점을 받거든요.. 그러니 미칠노릇입니다.

오늘 성적표를 다운받았는데, 수리와 언어가 참패입니다.

나머지 성적이 99뜨면 뭐하나요. 수리와 언어는 인서울도 힘겨운 등급이 떴는데 말입니다.

수리도 언어도, 6월 9월 모의고사때 성적을 생각해보면 가히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이 나와버렸습니다. 풀때도 좀 버벅대긴 했지만 혼란스럽기 그지없네요.

하지만 이제와서 대학도 졸업장 하나없이 사회에 뛰어든다는건

정말 루저가 되는것 같아서.. 

미친척하고 일년 더 하려고 합니다.

이기적인 선택이죠.. 부모님 생각도 안하고..

솔직히 '그정도 했으면 니가 안되는거다. 안되는건 안된다. 그만해라' 라는

소리 안들어본게 아닙니다.....만 이대로 끝내면 평생 억울할것 같아서요..

수기 읽으면서 많은 위안 받았습니다.

저와같이 나이많은 장수생 여러분들... 힘내요... 전 내일부로 공부 시작합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