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대 편입공부하고 있는 31살 장수생입니다.
지금으로부터 7~8년전 일이 생각나네요.
우연히 EBS에서 하는 김홍경의 동양의학 이란 프로를 보고 인생 일대의
대전환점을 맞게 됐죠. 그전까지는 한의학이 뭔지 신경도 안쓰고 살다가
우연히 그 프로를 보게 됐는데 평소 제가 생각하는 것과 일치하는 면이 너
무 많아서 그 이후로 한의학 관련 교양서적도 찾아보고 하면서 음양에 대
해 고민도 많이 했습니다. 오죽하면 혼자 '음양교'라는 종교(이런 이름의
종교가 원래부터 있었더군요.ㅋㅋ. 여튼 종교라고까지 하면 좀 거창하고
나름 우주와 인간의 원리에 관해 서술한 논문 정도라고나 할까요..ㅋ)도
만들어 제 친구 2명도 가입시키고 했었습니다.ㅋㅋㅋ
근데 사실 전 법학과를 나왔거든요. 집안이 워낙 보수적이고 딱딱해서,
그리고 고3때(97년도)도 사실 성적은 뭐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었지만
(지방한의대 갈정도 점수) '대학이란 무엇인가'에 고민하다가 대학 자체
도 별로 가고 싶은 생각도 없어서 그냥 집에서 가라는대로 법학과에 갔죠
가서는 인간에 대해 탐구하기 위해(약간 강의석 군의 유전자와 비슷한 면
도...^^;; 많이는 아니구요.ㅋㅋ) 법학 전공학점만 간신히 채우고 나머지
학점은 모두 타 학과 전공과목으로 채웠습니다. 정치학, 사회학, 심리학,
영문학, 컴퓨터공학, 생물학 등등으로요. 그리고 수업 끝나면 항상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밖으로 돌고..^^
서론이 참 길었네요...
여튼 이렇게 살면서도 한의학에 대한 꿈은 놓지를 못하겠더라구요.
뭐랄까..단순히 좋아하는 느낌이 아니네요. 그냥 제 자신이 곧 한의학이고
한의학이 곧 제 자신인 느낌...제가 숨쉬는 이유 자체가 한의학인 느낌인
데..한의대생분들 중에 공감하시는 분들이 꽤 있으실거라 봅니다.
여튼 졸업 후 직장 다니다가 그 끈을 놓지 못해서 결국 제작년에 결혼까지
했는데 결혼 전에 와이프 될 사람보고 "난 한의학에 목숨을 건 사람이다.
그래서 결혼하고나서도 언제 직장을 그만둘지 모른다" 고 항상 얘기했었
죠. 그걸 다 이해해주고 응원해준 제 아내가 얼마나 사랑스럽고 고마운지
모릅니다. 작년엔 아들도 태어났구요. 지금 5개월째입니다.^^
결혼한지 3개월만에 직장 때려칠 때 팀장님한테 "병에서 인류를 구원하고
싶어서 한의대 편입공부하려고 합니다" 라고 했을 때 팀장님이 큰 한숨과
함께 고개를 뒤로 젖히시면서 말리지도 않으셨던게 아직까지 생각납니다
여튼...
그렇게 작년 3월부터 편입공부를 하고 있는데 얼마나 즐거운지 모릅니다
목숨바쳐 하고 싶은걸 실제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감과 함께
공부가 너무 재미있고 좋습니다.
전 어릴적부터 지금까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안아파 본데가 없어서
아픈 사람이 지금 어디가 어떤 느낌으로 아프고 그 고통이 얼마나 오래
갈 거 같으며 그 고통이 정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상대방이 놀랄 정도로
잘 캐치하는 능력이 있습니다.ㅋㅋㅋ 의학을 정식으로 안배웠지만요..ㅋㅋ
자화자찬이네요..
한의사 자격시험 수석합격자인 박슬기 씨라는 분이 이번에 인터뷰하시면
서 한의학으로 노벨상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전 그정도까진 아니
더라도, 외국인을 위한 한의학 분야도 개척해보고 싶고 불치병에도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아....전 도대체 한의학이 왜이렇게 좋을까요...완전히 거기에 미친 사람
같습니다. 남녀간의 사랑도 1년 반이 기한이라던데 전 벌써 8년째....
한의학도 너무 좋고 그런 학문을 하고 있는 여기 여러 한의대생분들,
또는 공부하시는 분들, 한의사분들도 너무 부럽고 좋습니다.
모두들 화이팅합시다.~!!!
여러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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