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개론서인 한의학 터닦기 1권이 증보판으로 새로 나왔습니다.

새로운 한의학 터닦기 1권을 만난 것은 5년 전 예과 1학년 겨울 방학 때입니다. 당시에 한의학의 뿌리이자 기본서인 黃帝內經 素問을 공부하기 시작했으나, 기본서라고 생각한 素問의 내용이 함축적이었고, 저의 한의학 전반에 대한 배경지식이 미천한 까닭에 공부를 할수록 의문만 더 많이 쌓였습니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택한 것이 여러 개론 서적을 읽은 것이  었는데, 이 때 읽은 한의학 개론서들의 특징은 한의학 용어들을 비유를 통해서 설명하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한방 생리학의 기본 개념인 精氣神을 촛불에 비유해, ‘精은 초의 몸통 자체고, 氣는 불꽃, 神은 초가 타서 나타나는 빛의 밝음이다.’ 혹은 자동차에 비유해 ‘精은 기름, 氣는 자동차의 운동력, 神은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 이런 식의 설명이 주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이런 글을 읽으면 읽을 당시에는 어렴풋이 아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지만 좀 더 깊이 생각해보면 정확한 개념을 알 수 없었습니다. 비유란 유비추론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결국 비유와 비유끼리 서로 100% 일치할 수 없고 심하면  서로 모순까지도 생길 수 있어서 더욱 혼란만 가중시킨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한의학은, 혹은 동양사상은 무조건 진리이니, 무조건 다 옳고, 그러니 믿어라. 왜냐하면 진리이기 때문이다.’ ‘하늘과 같은 仙人들이 혹은 聖人들이 말씀하신 내용이니까, 그냥 믿어라’ 식의 논리적인 이유나 근거 없이 맹목적인 믿음만 강조하는 설명방식 역시 21세기를 살아가는 한의학도들에게는 학문에 대한 믿음, 신뢰를 잃게 만드는 것이라고 느껴졌습니다.

또한 임상 기술은 體得이지만, 한의학의 기초 교육은 교수님들의 강의, 선배들의 강의, 한의학 서적등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보면서, 결국 한의학의 모든 교육이 말이나, 글, 즉 언어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비유를 통한, 혹은 논리적 근거가 없는 정보 전달은 혼란만 가중시킨다고 판단되었습니다.

그렇게 한의학에 대해 비판적 시각만 생기고, 회의를 느낄 때 만난 책이 새로운 한의학 터닦기 1권이었습니다.

새로운 한의학 터닦기가 다른 개론서와 다른 점은 우선 용어, 개념의 정의를 정확하게 내리고 설명하는 것입니다. 한의학의 중요 개념들은 한자 하나 하나의 정확한 뜻과, 원전에서의 근거, 최신 현대 이론까지 수용해서 설명되어지기 때문에 그 개념들을 좀 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특히, 한의학 용어들이 한문이기 때문에, 한국인이 한의학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개념의 정의가 가장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血虛라는 개념이 있을 때, 血이 서양에서 말하는 단순한 blood인지, blood와 혈액 순환의 개념을 포함한 복합 개념인지 정확한 정의가 있어야만 血虛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고, 그리고 血虛에 의해서 나타나는 증상, 그리고 치료방법까지 유추해 볼 수 있는 것입니다.  

  또한 본 책에는 , 陰陽論, 五行論, 天人相應論등  어떤 논리적인 설명 없이 맹목적인 믿음만 강조하던, 법칙들이 왜 이러한지, 어떤 원리로 그렇게 되는지, 논리적으로 설명되어있습니다. 한의학 이론 전개의 바탕이 되는 부분이 명확해지니, 학문에 대한 믿음과 신뢰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됩니다.

이러한 새로운 학의학 터닦기는 짧은 지식으로 한의학에 대해 회의를 느꼈던 제게 빛이 되어준 책입니다. 이 책이 없었더라면, 저는 아직도 학문에 대한 자긍심도 없이, 짧은 지식으로 한의학에 대한 비판이나 하면서 신세타령이나 하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예과 후배들이 책을 추천해달라고 하면 늘 추천하던 책이었는데, 한동안 절판되어서, 안타까웠습니다. 그러나 내용까지 개정해서 새로 출판된다고 하니 정말 다행이며,  많은 한의학도들이 본 책을 통해 저처럼 한의학에 대한 믿음과 자긍심을 회복했으면 합니다. 끝으로, 한의학교육과 한의학의 일반화를 위해 항상 힘쓰시는 지규용 교수님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동의대 본4 윤정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