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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4-01-03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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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수능 이야기 - (2) - [6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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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lyle (220.♡.136.144)
 조회 : 8,507  추천 : 6  비추천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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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저녁부터 미친 듯이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다. 사회탐구는 국사, 윤리, 일사, 지리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알았고 이과는 과학과목 중 선택을 하나 해야한다는 것을 들었다. (이 사실을 안 이후에도 서점에서 몹시 헤맸다. 공통과학, 물리1, 물리2 등등 널부러진 문제집들 속에서 내가 선택을 해야 되는 게 2인지 1인지...물리1은 뭐며 공통과학에 속하는 과목인건지 아닌건지...) 단과학원은 노량진에 많다는 얘기를 듣고(어떻게 이런 기본상식을 모를 수가 있나) 전화해서 과학, 사회과목 강좌에 자리가 하나라도 남아있냐고 물었다. 메가팀이 어쩌고 최강팀이 어쩌고 하는데 무슨 얘긴지 몰라 그 길로 노량진 한샘학원으로 달려가서 수강신청을 했다. 사탐, 과탐 2강좌 통틀어 20만원 정도였던 것 같다. 과탐은 한달짜리였고 사탐은 두 달짜리. 열흘정도가 흘러간 상태라 지나간 부분은 수강생들의 교재를 빌려서 베꼈다. 혼자 힘으로 안 되겠다 생각되는 부분은 선생님께 개인적으로 부탁했다. 그 부분만 인터넷강의를 들을 수 있게 하거나 진도를 늦게 나가는 반에 하루정도 들어갈 수 있게 하는 등의 방법을 취해 주셨다. 비록 한달짜리 강의지만 특정과목에 있어서만큼은 그 선생님이 베테랑이라는 믿음을 갖고 토씨하나 흘려듣지 않으려고 애썼다. 실제로 웬만한 강의 하나에는 수능에 꼭 필요한 지식이 거의 모두 들어가 있다. 사실 수능시험의 범위는 결코 넓지 않기 때문에(근데 왜 고등학교 땐 그리도 어마어마하게 느꼈을까 의문이다.) 암기과목 정도는 한달정도면 기본개념을 충분히 익힐 수 있다고 본다. 지나치게 함량미달인 선생님을 제외하고는 내용을 빼먹고 넘어가는 등의 일은 잘 없으므로 암기과목에 있어서 만큼은 단기 단과수업을 추천한다.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을 무렵, 6월 11일 중요한 모의고사가 있다는 귀중한 정보를 알아냈고 또 한번의 미친 듯한 웹서핑 후 겨우 자리가 남아있는 학원을 발견했다. 봉천동에 있는 작은 학원이었다. 중요하긴 중요한 시험이었는지 한샘학원도 그날은 휴강이었고 누나가 싸준 도시락을 들고가 시험을 봤다. 그전에 교보문고에서 사왔었던 문제집을 오기로 몇 회 더 풀었었는데 점수 사정이 그리 나아지지 않았다. 하지만 수학은 그나마 공식들이 하나둘씩 떠오르면서 살살 재미있어졌고, 고딩시절 내 주력이었던 영어는 단어만 외운다면 단박에 오를 수 있을 듯한 자신감을 얻었다. 그게 그나마 그때까지의 수확이었다.
정말정말 열심히 시험을 봤다. 사과탐은 거의 모르는 상태에서도 열심히 풀었던 것 같다. 집에 와서 점수를 매겨봤는데 언어 106점, 수학 74점, 사탐 39점, 과탐 64점, 영어는 76점이었다. 사탐은 1점짜리 문제를 5개 틀리고 영어는 틀린 네문제가 모조리 1점짜리여서 점수상으론 운이 좋았던 듯 했다. 도합 359. 언어가 100점을 넘었다는 잠깐의 환희가 있었지만 또 한번 좌절했다. 사실 이때의 좌절은 점수 그 자체 때문만은 아니고, 인터넷 게시판에 360점대를 불쌍히 여기는 분위기 때문이었다. 종로학원을 다니는 어떤 사람은 360점을 받았는데 자기반의 중하위권이라고 했다...-_-. 한달정도 뒤에 성적표를 받고 알게 되었는데 이 때의 각 과목 퍼센트는 언어 79%, 수리95%(이번 수능때 퍼센트보다 낫네), 사탐 87%, 과탐 89%, 영어 96% 였고, 총점은 전국 상위 7%가량이었다.(예상치)
내가 뭘 해야 할지를 생각했다. 암기과목은 단과학원으로 일단 시작한 상태이기 때문에 수업에 충실하기로 했고, 먼저는 수학과 영어를 궤도에 올려야 했다. 학교후배에게 정석책을 빌렸다. 수2 정석은 빌릴 수가 없었기 때문에 개념원리 수2를 샀다. 개념원리를 산 이유는 단지 책 크기가 여타 문제집과 같아 쌓아놓기 편할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모든 단원제목을 다이어리에 한줄로 적은 다음(정석 두 권은 73개의 단원, 개념원리 수2는 30개의 단원이다. 방금 다이어리를 꺼내 세어봤다..ㅋㅋ), 내가 모르는 단원을 체크했다. 그리고 가장 급하다고 생각되는 단원부터 공부하기 시작했다. 한 단원을 한번에 완벽히 끝낸 것은 아니고 처음 볼 때는 일단 필수예제만 풀고 다이어리에 적힌 단원제목 위에 동그라미를 쳤다. 그러면서 여러 단원에 동그라미를 쳐 나가다가 동그라미를 쳐놓은 단원이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될 땐 그 단원의 연습문제 홀수번을 풀고 동그라미 위에 사선을 쳤다. 그래도 부족하면 다음에 와서 짝수번을 마저 풀고 반대방향으로 사선을 쳤다. 지금 보니 공통수학의 쉬운 단원들은 동그라미가 없고 수2의 이차곡선이나 복소수 등의 단원은 동그라미와 두개의 사선이 다 그어져 있군. 역시 수2의 내용은 상당히 망각한 상태였나 보다. 체계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었지만 모르는 부분부터 후딱후딱 훑을 수 있는 방법이라 괜찮았다. 난 예전부터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체계적으로 빠삭하게 공부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이것저것 주섬주섬 주워듣는 스타일이었다. 체계적으로 공부를 시작하면 닷새쯤 되는 날 첫 날에 공부한 게 기억이 안나 상당히 짜증이 난다.
부산 고향집에 전화를 걸어 혹시 영어단어장 같은 게 책꽂이에 남아있냐고 여쭤보니 96년도에 출판된 \'우선순위 영단어\'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우편으로 전해받고 디립다 외웠는데 하루에 200개 정도를 잡고 모르는 단어에 표식을 하며 공부했다. 200개 가운데 약 40개 가량이 아리까리하거나 모르는 단어였다. 대학교 때 토익과 텝스를 각각 1회만 응시하고도 토익895, 텝스803점을 받았는데
(-.-v) 워낙 감에 의존한 영어실력이라 단어는 많이 부족했다. 대신 지금껏 영어실력을 받쳐준 문장, 구문 분석능력은 아직도 유효한 듯 하여 다행이었다. 사실 고등학교 땐 성문기본 한권도 공부한 적이 없었지만(사실 공부한 적이 없는 게 아니라 번번히 실패했다. 위에서 말했던 것처럼 닷새쯤 하다 그만두곤 했던 듯.) 버릇처럼 이상하게 긴 영문장이 나오면 자르고...잇고 이래저래 분석을 하는 습관이 있어서 문장구조를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우선순위 영단어\'라는 단어장은 지금 생각해보니 무지 후진 책이었는데 아직도 출판된다는 얘길 들으니 신기했다. 역시 책 제목을 잘 지었어. 영어공부에 대해 잠깐 언급을 하면, 일단 직독직해가 기본이다. 어렵지 않은 문장은 읽자마자 문장의 구조와 형식, 그리고 뜻이 머리 속에 박혀야 한다. 이건 누구나 할 수 있다. I am a boy를 굳이 해석하려 드는 사람은 없다. \'주어+동사+보어\' 형식을 모르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직독직해가 안되는 문장을 만나면 영어공부가 시작되는데 짧은 시간내에 주절, 목적절, 보어절을 정확히 잘라내고 삽입구 또는 삽입절, that절 전치사 또는 접속사가 미치는 범위 등을 파악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당연한 얘기인 듯 하지만 이런 어려운 문장을 직독직해할 수 있을 때까지 연습하는 사람은 많이 보지 못했다. 어려운 문장은 당연히 우리말로 옮겨가며 찬찬히 살펴봐야 한다는 선입견을 가진 사람이 많은 듯 하다. 가끔 우리의 얕은 분석능력으로 어쩔 수 없는 문장이 나온다. 멋지고 세련된 관용구나 특이문법, 숙어 등을 사용한 것이 그것인데 이런 문장이 나오기 시작하면 개인차가 확실히 생긴다. 주워들은 게 많은 사람들은 무릎을 치며 환희 섞인 해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게 불가능 하다면 이번에 열심히 주워들어 놓고, 다음을 기약하자. 나는 영어 한 문제를 풀고나면 모르는 단어에 형광칠을 하고, 분석이 한눈에 안 되었던 문장은 괄호를 쳐놓는다. 채점 후에 표시해두었던 단어와 문장을 공부한다.(물론 문제를 틀렸다면 골을 싸매고 왜 틀렸는지 생각하는 게 먼저다) 영어지문 하나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것을 피하기 위해 한 지문에 3단어 이상, 2문장 이상은 외우지도 않았고 분석도 하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수능문제는 생각하는 능력으로 문제를 풀어내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므로 일단은 내 능력을 총동원하여 답을 맞히는 연습을 했고 그 다음이 단어 암기와 문장 분석연습이었다.
다이어리 뒤에 적힌 수학 단원제목에 동그라미가 늘어나고, 우선순위 영단어를 두 번쯤 보고 있을 때 인터넷사이트에서 추천받은 교학사 \'수학의 맥\' 과 역시 교학사의 \'피닉스 실전편\'(영어문제집)을 샀다. 문제가 상당히 어려운 듯 했지만 수능에 필요한 필수감각은 이들 책으로 거의 익힌 것 같다.
아침 7시에 일어나 8시까지 영등포도서관에 가서 공부하다 1시쯤 한샘학원에 간다. 과탐수업을 듣고 돌아와서 복습과 오전에 하던 공부 등등을 마치고 10시쯤 집에 들어갔다. 주말에는 도서관에 사람이 많았기 때문에 한샘학원에 사탐수업을 듣고는 집에 와서 밥상에서 공부했다. 안타깝게도 집에 책상이 없다. 대학 때 얼마나 공부를 안했으면... ㅎㅎ. 이런 생활을 6월 말까지 계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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