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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4-01-05 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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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수능 이야기 - (3) - [7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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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lyle (203.♡.224.230)
 조회 : 7,927  추천 : 7  비추천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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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때는 6월 말, 종로모의고사를 봤다.(엄청난 시간이 흐른 것 같지만 이제 공부 시작한지 겨우 보름 지났다.) 역시 열심히 치고 도서관에 돌아와 오답을 체크했다. 탄성이 절로 나왔다. 드디어 수외 80-80의 위업을 달성한 것이다. (그것도 제대로 쳐본 모의고사 단 두 번만에!!) 언어 107점, 사탐 42점, 과탐 63점으로 총점 372였다. 전국석차는 81,829명 가운데 1,808등이었다. 백분위로는 2.5%정도였는데 어찌나 기쁘던지! 이날 공부시작하고 처음으로 오후공부를 땡땡이치고 여자친구와 외식을 했던 것 같다. 대견하지 않냐고 자랑을 무지 해댔다.
그때부터 수학과 외국어의 점수는 안정을 찾았다. 한번 확실히 만점을 받고 나니 눈이 높아져서 그때부턴 만점이 안나오면 한숨을 푹푹 쉬는 간사한 인간의 모습을 취했다. 특히 외국어는 이때부터 시작하여 수능시험에 이르기까지 두어번을 제외하고는 (8월 대성월례고사 78점, 9월 교육청 79점)모두 만점을 받은 것 같다.
한달동안 독학을 해오던 중에도 기필코 종합반에 편입을 해야겠다는 의무감 같은 것이 들었다. 내가 재수학원을 다녀봤다면 종합반도 특별한 게 아니라는 걸 알았을텐데 이때 생각은 재수생은 무조건 재수종합반에서 공부해야한다는 강박관념 같은 것이었다. 노량진 대성학원 7월 편입생 모집공고가 났을때 첫 번째로 가서 등록하고 편입시험도 정말 열심히 쳤다. 다행히 합격했고(이 땐 정말 떨어질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한샘학원 과탐수업이 종강하던 날이 대성학원 예비 소집일이라 종강의 후련함을 느낄 새도 없이 종합반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사탐은 두달짜리였기 때문에 대성학원 편입 후에도 한달동안 주말을 사탐에 투자했다.
종합반 첫날. 완전히 지옥이었다. 좁디좁은 책상들 사이에서 턱턱 숨이 막힌다. 여기가 그 유명하다던 학원인가. 콩나물시루가 따로 없었다. 수업시간에 나이 드신 선생님이 들어오셔서 그야말로 정직하게 수학문제집 진도를 나가는 걸 보니 기가 찼다. 이 황금같은 시간에 고맙게도 한문제한문제 다 풀어주시다니! 다른 시간도 마찬가지였다. 단과학원에서 느꼈던 타이트함은 없고 학원 아이들의 눈도 관성에 젖어 반쯤 풀려있는 느낌이었다. 3일 동안 계속 나가냐 마느냐를 고민했는데 구질구질한 내 상태를 돌아보니, 작심삼일로 나가게 되면 더욱 삶이 구질구질해지고 우울해질 것 같았다. 대신 자습시간을 적극 활용했다. 예전처럼 도서관과 학원을 왔다갔다 할 시간은 벌었으니 일단은 본전치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뒷자리에 앉은 친구가 도시락 같이 먹자고 제안해줘서 고맙게도 존재감없는 왕따 신세를 면할 수 있었다. 도시락을 같이 먹던 친구들(형도 한분 계셨다) 덕분에 종합반이라는 것의 정체를 대충 알 수 있었다.
종합반에서 무언가를 기대하면 낭패를 보기 쉽다. 종합반 진도를 따라가며 공부한다거나 종합반 교재를 기본텍스트로 삼는 건 정말 안좋은 방법인 것 같다. 아직도 학력고사식으로 가르치는 나이 드신 선생님도 계시고, 아예 철학강의만 하시는 언어영역 선생님도 있다. 기본지식은 쌓아놓은 상태에서 덤으로 종합반 수업을 듣는다고 생각하면 좋다. 혼자서 공부하면 한과목에 너무 깊이 들어가거나 오랫동안 특정과목을 소홀히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면 종합반 수업도 꽤 괜찮다. 나의 경우에는 한샘학원 단과의 사탐, 과탐 8과목 교재를 기본텍스트로 사용하고 물리2는 하이탑을 샀다.(선택과목은 독학을 했는데 이는 좀 있다 설명하겠다.) 국영수는 특정텍스트가 없었으나 단, 고전문학은 꿈동산(이름이 맞나 모르겠다. 초록색 책.) 고전산문 한권을 사서 제일 중요할 것 같은 작품부터 그냥 읽었다. (처음엔 무지 급한 마음으로 청산별곡, 사미인곡, 속미인곡, 시조 등을 엄청 읽었으나 사실 고전산문은 본의든 아니든 한 작품을 너무나 자주 보기 때문에 기본 내용과 단어는 자동으로 외워지게 된다. 막판에 가선.) 덤으로 하이탑 공통과학을 사서 5일 정도에 다 풀었으나 전혀 도움이 안되었던 책이었다.
종합반이 일정한 생활사이클을 잡아주고, 시간관리를 하는 것 정도에만 도움을 준다는 게 윗 단락의 핵심이다. 이렇게 보면 별로 돈값을 하지못하는 거 같지만 내가 그 이외의 부분에서 가장 크게 도움 받았던 것이 바로 종합반학원의 부교재이다. 선생님들이 개별적으로 제본을 하여 나누어주는데, 그 양이 엄청나다. 특정과목의 작년 모의고사를 죄다 모아서 준다든지, 증명문제나 정오문제만 왕창 모아서 줄 때도 있다. 사자성어와 속담을 모아놓은 책은 개인적으로 상당히 도움이 되었다. 아까 물리2를 독학했다고 했는데, 부교재가 없이는 사실 불가능했을 것 같기도 하다. 하이탑 물리2를 4일 정도만에 다 끝냈다. 물론 그걸로는 하이탑에 있는 연습문제 하나 풀 수가 없었다. 하지만 2002년 모의고사의 물2 문제만을 모아둔 부교재로 공부를 시작했다. 하이탑은 사전으로 사용하고 과연 수능의 물리문제가 어떤 것인지를 파악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고등학교 때 한번 공부해본 경험이 있는 과목이라 크게 힘들지는 않았고 부교재에 있는 모의고사 문제는 상당히 틀렸으나(모의고사 하나 16문제 당 2~3개 정도) 부교재를 다 풀고 상반기EBS교재와 디딤돌 넘기는 문제집을 한번 풀고나니 더 이상 모의고사가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다.. 7월 모의고사부터 수능까지 물리2문제만큼은 한번도 틀린 일이 없었다.
학원생활에 익숙해질 무렵, 7월 21일 대성모의고사를 쳤다.
104/77/71/45/80. 사탐은 제대로 공부한 상태가 아니었지만 시험 자체가 워낙 쉬워 괜찮은 점수를 받았고 총점은 377로 전국 1%내로 처음 진입했다. 전국 808등으로 0.8퍼센트 정도였다. 모든 것이 안정을 찾는 듯 했고 이제 언어영역의 성적을 올리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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