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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bile hanida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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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4-01-11 15:59
 조회 : 12,984  추천 : 12  비추천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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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수기를 보면서 굉장히 놀라워했던 저 자신이랍니다.
1986년생... 저는 아직 술집도 못가는 나이랍니다 -_-;;
현역으로 한의대 가기... 라는 홍명님의 글제목이 새삼 저에게도 해당된다는 것도 신기하기도 하구요.
저는 이곳에 합격수기를 올리시는 분들을 보며 참 대단하다는 생각뿐이 들지가 않습니다.
현역으로 한의대를 가신 홍명님의 글을 보며 참 나와 같은 나이인데도 이런 열정을 지닌 사람이 있구나. 생각
하게 되네요.
저는 중학교도 고등학교도 어디서나 탑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같은 반 아이들이 생각하는 저는 공부를 그럭
저럭 잘하는... 그것보다는 뭔가 잡다한 지식이 많은 그런 아이로 기억하고 있더군요. 제가 탑을 해본 것은 공
부에서가 아니라 다른 영역에서였죠.
중학교는 평준화로 집이 가까운 학교에 들어갔지요. 제가 사는 지역은 과천입니다. 과천은 저까지가 마지막
비평준화 시대였지요. 그래서 저는 중학교 3학년 때, 다른지역 친구들 제일 많이 논다던 시절에 피터지게 공
부해서 고등학교를 들어가야 했습니다.
과천 내에 있는 4곳의 학교중에 가장 명문인 과천고등학교가 저의 목표였지요. 대학시험과는 달리 고등학교
는 떨어지면 실업계나 타지역으로 나가야하기 때문에 저에게는 대학시험보다도 더 절실한 상황이었습니다.
과천고등학교... 원서를 넣고 마감을 보니 160명 정도가 초과가 되어있더군요. 정말 그 이후로 더 미친듯이
공부해서 당당하게 고등학교에 들어갔습니다. 저는 전교 40등으로 들어가서 진짜 나 대단하구나 생각했는데
여기서는 명함도 못내밀겠네요 -_-;
아! 그리고 저는 중학교 2학년때부터 드럼을 배웠답니다. 그리고 과천고에 들어가 과천고 밴드부 RHYMER에
들어가는 것이 저의 목표였지요. 일단 과천고에 들어갔으니 라이머 시험을 봐야되지 않겠습니까? 오디션을 보
았습니다. 나름대로 4:1의 경쟁률이었지요. 제 인생에 가장 강력한 경쟁률이었습니다. 하지만 당당하기 합격을
했고!!! 저의 고등학교 시절은 이 밴드부 라이머와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라이머 13기 드럼 김은영- 이라는 자랑스런 푯말을 가지고 고교생활을 시작한 것이지요. 과천고에서 라이머
라는 의미는 거의 연예인 수준이었기 때문에 제 친구들도 굉장히 저를 자랑스러워 했답니다. 하지만 라이머라
는 곳은 제가 생각했던 것처럼 물렁물렁한 곳이 아니었습니다. 여름방학때는 아침 10시부터 밤 10시까지 그야말
로 12시간을 연습실에 있어야만 했죠. 학원같은 것은 상상도 안했습니다. 원래가 초등학교 때부터 학원이라고는
드럼학원이나 기껏해야 테니스 학원 같은 곳만 다녔으니까 공부에 관련된 학원은 저 자체가 싫어했었거든요.
저는 오로지 혼자 공부하는 스타일이었습니다. 오히려 저에게 좋은 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연히 공부와
는 멀어지게 되는 것이 이치겠지요. 하지만 라이머라는 써클이 결코 공부 안하고 노는 써클은 아니었습니다.
신기하게도 수능대박의 신화가 라이머에 있었지요. 9기 선배는 이과 1등으로, 10기 선배는 여자 이과 2등으로,
11기 선배는 남자이과 1등으로 카대의대를 갔습니다. 저희기에는 제가 여자이과 1등으로 동국대에 붙은 거
였지요.
아무튼, 저는 다른아이들이 공부하는 시간에 연습을 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다른 아이들은 맹공부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저희 써클은 2학년이 메인이라 할 수 있죠. 각종대회 및 동아리 제 등등 행사는 2학년이
모두 다니는 것이 전통이기 때문에 1학년 때보다 더 바쁜 시절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2학년 여름방학... 다른 아
이들은 공부.. 아님 저희 써클애들은 연습... 하지만 저는 여름방학 때 아무것도 못하고 그 시절을 지내야만 했
습니다. 저희 어머니가 큰 수술을 하셨거든요... 제가 한의학을 결심한 것도 바로 이때였습니다.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1학년 때까지만 해도 확고한 저의 미래는 드러머였으니까요...
아직도 1학년 생활기록부에는 \'드러머\'라고 써있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물흐르는 대로 살자\'주의라서 \'본인의
희망대로 권유\'라고 써주셨구요.
하지만 어머니의 이번 수술은 굉장히 위태로운 수술이었습니다. 전에도 개복수술을 2번이나 하신 상태라 몸이
굉장히 안좋은 상태였거든요. 개복수술을 3번 이상하면 장기가 붙게 되어서 수습이 불가능하다는 건 알고 계시
겠지요? 그래서 제왕절개도 2번 이상 하지 않는 거라고 들었습니다. 저는 정말 괴로운 방학을 보냈죠. 병원에서
는 난소암 선고를 했습니다. 게다가 혹도 굉장히 큰 크기라서 말기라고 생각하고 있었죠. 일단 개복해 봐야 정확
한 진단을 내릴 수 있을 거라고 했지만 그래도 저한테는 너무 큰 시련이었지요. 근데 막상 수술에 들어가니 그저
물혹이었습니다. 2번에 걸친 개복수술로 인한 부작용이었지요. 물론 저희 가족에게는 너무나도 다행이었지만
저는 정말 서양의학에 대한 회의를 이겨낼 수가 없었습니다. 세상에... 수술로 인한 부작용이라니... 부작용으로
사람 멀쩡한 배를 또 갈랐다는 걸 저는 정말 용서할 수가 없었습니다. 개복수술 한번하면 6개월은 복근을 전혀
못씁니다. 혼자 잘 일어나지도 못하구요, 절대 안정해야 되는데, 그런 큰 수술을.. 저는 정말 그때 결심했습니다.
나이가 들어 잔병이 많아지신 부모님을 위해서라도 나는 인술을 배푸는 의사가 되야겠다고.. 한의사가...
물론, 서양의학 자체를 부인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고로 얼굴이 헝크러진 사람을 성형수술로 제얼굴 찾아주는
것, 한의학이 할 수 없는 일이지요. 저는 서양의학의 막무가내적인 모습에 회의를 느낀거였지요.
그때 저는 제가 가져왔던 드러머라는 꿈을 깨버렸습니다. 어쩌면 한의대에 가게되면 지금 잡고있는 이 스틱을
평생 놓게 될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저는 두가지를 다 이루어보려는 큰 꿈을 지니고 있습니다. 직업이라는 힘든
길보다는 취미라는 좀 더 가벼운 길을 선택한거지요. 그리고 저는 꿈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물론 2학년 겨울방
학 때는 라이머로써 2월에 있는 공연으로 공부는 거의하지 못했지만, 덕분에 저는 3학년때 스퍼트를 올릴 수 있
었습니다.
3학년이 된 저는, 정말 공부를 열심히 했지요. 과천고 여자 이과의 분위기는 말그대로 살인나는 분위기랍니다.
3월부터 아이들은 미친듯이 공부를 하더군요. 저도 열심히 했습니다. 그리고 여름공연으로 스트레스를 확 풀고
다시 맘잡고 공부를 했지요. 다른 사람이 보면 별거 안한 걸로 보일지 몰라도 저는 효율성을 극대화 시켰습니
다. 스트레스 쌓이면 연습실에서 드럼치고, 다시 돌아와서 공부하고. 사람들은 몇시간씩 앉아서 공부하는 습관
도 못들였으면서 어떻게 그렇게 하냐고 하지만, 공부보다 연습을 먼저 해온 저에게는 단 한가지 좌우명이 있었
지요. \'연습만이 살길이다\' 절 가르쳤던 선생님이 해주셨던 말입니다. 공부는 결코 쉽지 않지만 연습도 결코 쉽
지 않았습니다. 중학교 2학년, 어른이 보기에는 한참 어린놈이 저는 연습실에서 12시간씩 스틱을 놓치 않고 연
습을 했었습니다. 참고 꾸준히 미친듯이 무언가를 하는 것은 저에게는 익숙해져 있는 모습이었지요. 3학년 때는
정말 공부 많이했습니다. 특히 수학은, 남들이 절대 수능전까지 못풀꺼라고 장담하던 문제집도 미친듯이 풀어
서 수능 한달전에 끝마쳤었습니다. 친구들이 미쳤다고 했지요. 문제집풀기 내기도 하고...
어느덧 그래서 수능을 치뤘습니다. 결과는 이렇게 동국대 한의대 합격이라는 소식으로 저를 실망시키지 않았
구요. 저는 그래서 이 합격 수기를 쓰면서 이걸 말해드리고 싶습니다. 한의대닷컴에 들어오시는 분들 중에는
절대 탑을 해보지도 못한 저같은 사람들이 분명 있을겁니다. 그저 평범한 성적이지만 이제부터 열심히 해서 한
의대를 갈수 있을까... 걱정하시는 분들이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주위에서 제가 한의대를 간
다고 했을때 맨날 경찰대 가겠다고 공부만 파던 제친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한의대는 아무나 가냐?\' 라고.
그때 저는 이렇게 말했죠. \'아무나 가. 내가 가니까.\' 라고. 담임이 3학년 모의고사 때 말했습니다. 3학년 여름
방학 전에 봤던 모의고사. 재수생까지 같이 봤던 모의고사에서 저는 3등급이 나왔습니다. 담임은 내게 말했죠.
\'너 아직도 한의대가 꿈이냐?\'라고. 저는 당연히 \'네\'라고 했습니다. 담임이 그럼 한의대로 수시를 써보라며 우
석대 한의대를 권했습니다. 저는 싫다고 했습니다. \'수능을 보면 기회의 폭이 훨씬 넓잖아요\'라고. 그러자 한숨
쉬며 이렇게 말했죠 \'2등급으로 어떻게든 올려서 약대나 가라\'라고. 가채점표를 냈습니다. 원점수 373이었죠.
저를 부르더군요. \'이거 진짜 니 점수냐\'. 저는 \'네.\'라고 짧게 말하고 \'한의대 갈거라고 했잖아요\'라고 말했습
니다.
절대, 언제든 늦은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결심은 언제고 늦지 않습니다. 시작이 늦은 건 없습니다. \'남들은 중
학교때부터 공부했는데 난 이제 공부해서 어떻게 하지?\' 저는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마인드 컨트롤\'. 항상 저는 제 친구들에게 말했죠. \'너희같은 범인들과 나를 비교하지 마. 난 천재야\'라고. 아
이들은 비웃었지만 지금은 저를 신기하게 쳐다봅니다. 이건 결코 자만이 아닙니다. 30명 있는 반에서 6등, 7등하
던 녀석이 천재라는 데 누가 믿겠습니까. 이건 자기자신에게 하는 말입니다. \'나는 천재야. 결코 지지않아\'라고.
어느 순간에 출발하든, 달리는 건 달리는 자의 몫입니다. 달리기도 전에 출발이 늦었다고, 나는 이미 안되는
놈이라고 포기하지 마십시오. 세상 모든 사람은 천재입니다.
\'연습만이 살길이다.\' 세상 어떤 것에도 통용되는 진리라고 아직도 믿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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